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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샤인 Apr 30. 2024

내 나이 마흔에 찾아온 아이-2

D-DAY 32



https://brunch.co.kr/@minishine/118







임산부들의 커뮤니티에 가입해 들어갔다. 나는 커뮤니티 활동에 에너지를 많이 빼앗기는 편이고, 들이는 시간에 비해 얻는 정보의 퀄리티가 기대 이하여서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마이웨이. 그랬는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되어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을까, 싶어 글들을 모두 찾아 읽었다. 실제로 출산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사연은 모두 달랐다. 그 안에 휘몰아치는 감정들도 모두 그 색이 달랐지만 공통되는 감정이 하나 있었다. 미안함.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거였다. 아직 태어나지 않아 얼굴도 모르고, 나눈 정도 없었지만 상상 속으로 그린 실체가 있는 아이에게 그녀들은 모두 죄인이었다. 어느샌가 내 눈에선 눈물이 흘려내려 베개를 다 적시고 있었다. 혼자 있고 싶었다. 대체 내 안에 혼재되어 있는 이 감정의 실체를 알고 싶었다. 


그러면 낳으면 되는 거 아닌가? 이미 한 명 키워봤는데 한 명 더 키우는 게 큰 대수일까? 무엇이 나를 망설이게 하는지 알고 싶었다. 눈물은 계속 흐르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침대에 파묻혀 울기만 했다. 나는 신랑에게 주말에 아이를 데리고 시댁에 가서 하룻밤 자고 오라고 이야기했다. 신랑은 절대 그럴 수 없다고 했다. 내가 안 좋은 선택을 할 거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옆에 있겠다고 꾸역꾸역 내 곁에서 버텼다.






예약한 수술일 아침, 금식을 하고 오라는 말에 아침을 먹지 않았다. 집을 나서기 전에 목이 너무 말라서 물 한 모금 조금 마시고 출발했다. 그리고 병원에 도착을 해 남편은 수술동의서를 작성했다. 나는 그 옆에서 의사 선생님과 수술에 관한 몇 가지 안내를 듣고 있었다. 


"금식은 하셨죠?"

"네. 밥은 안 먹었어요."

"밥은요? 그럼 다른 건 드셨을까요?"

선생님은 밥은, 이라는 말에 귀가 쫑긋해지시며 내게 되물었다.

"네. 밥은 안 먹었고, 아침에 물 한 모금 마셨어요."

"아... 금식하시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아무것도 드시면 안 돼요. 물도요."

수술은 취소되었다. 물 한 모금 때문에......



그렇게 다음 수술일자를 다시 잡고는 병원을 나서며 나는 또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이며 울기 시작했다. 돌아오는 차 안의 공기는 온 세상을 얼려버릴 듯 차가웠다. 계속 울기만 하는 나를 남편은 한 번씩 흘끔거렸다. 그리고 내 손을 꼭 잡았다. 그날 저녁을 먹고는 남편이 잠시 산책을 다녀오겠다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한 시간쯤 지났을까, 전화가 걸려왔다. 



"우리, 아이 낳자. 아무 생각하지 말고 낳자. 내가 많이 도와줄게. 진짜 잘할게."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한숨을 돌렸다고 표현하는 게 맞았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 그 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 핑계, 일 핑계, 첫째와의 나이 차이 핑계, 온갖 핑계들. 아이를 낳자고 결정하는 순간, 수많은 핑계들은 아무 의미도 되지 않았고 자리에서 녹듯이 사라졌다. 

"그래. 낳자."

그제야 나는 웃을 수 있었다. 나는 아이를 원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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