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를 마무리하는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간, 모르는 휴대폰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가뜩이나 오늘 인쇄물 불량 이슈가 터졌던지라 아주 머리가 터질 것 같아서 기분이 안 좋아있던 터였다.
전화를 받았는데, 상대 여자는 대뜸 "안녕하세요. 전화드린 곳은 홍보 전화가 아니고요."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아닙니다. 전화 먼저 끊겠습니다."하고 끊었다. 보통 사기꾼들은 본인들이 사기꾼으로 보이는 줄 알아서 홍보 전화가 아니라고 시작한다는 글을 쓴 적이 있었다. 하도 당해봐서 지겨운 멘트라고 까지 썼었다. 사기꾼들 멘트 좀 바꿔야 한다고 말이다.
전화가 끊기자마자 다시 같은 번호로 전화가 왔다. 보통은 끊으면 끝인데, 곧바로 전화를 거는 것을 보니 정말 홍보 전화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아차 싶은 마음에 다시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홍보 전화가 아니고 여긴 엘지유플러스 고객센터고요. 놓치고 계신 할인 혜택 챙겨드리려고 전화드린 거거든요?"
상대 여자는 화가 나 있었다. 초짜인가 보다. 아무리 홀대를 받았다고 한들 서비스하는 직원이 그렇게 따져서 장사가 되겠냐 싶은 마음과 그냥 끊어서 미안한 마음이 뒤엉킨 채로 대답을 했다.
"아, 네. 그러셨군요. 말씀하세요."
그러자 여자는 흥분된 어조와 상냥해야 한다는 직업윤리를 담은 어조가 어정쩡하게 섞인 말투로 설명을 이어갔다.
뭐라, 뭐라, 뭐라.
긴 설명을 했지만 결론은 인터넷 기계를 자기네 것으로 교체해서 달아야 하는데 교체하는데 바로 교체가 안 돼서 1년을 다른 회사 기계로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왜 엘지유플러스에서 굳이 이렇게 단말기를 다른 회사 것으로 교체해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왜 본사에서 일반 휴대전화로 전화를 하는 것이 이해가 안 돼서 계속 딴소리를 했다.
"이해가 안되세요?"
여자는 짜증을 내며 말을 했다.
"네. 이해가 잘 안돼요. 제가 이런 걸 잘 모릅니다."
여자는 한숨을 푹 쉬었다. 정말 다 들리게 수화기에 대고.
나는 못 알아듣는 게 미안해서 말했다.
"그럼요. 이 번호를 제가 신랑한테 전할게요. 신랑하고 통화해 보실래요?"
그러자, 여자는 또 한 번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 네. 그러시든가요."
나는 여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그리곤 번호를 차단했다.
사기꾼들아, 내가 요즘 UX라이팅을 공부하고 있는데 말이야.
사기를 치려면 알아듣기 쉽게 풀어서 설명을 해야 잘 속지 않겠어?
그리고 남의 돈 그냥 뺏어오려거든 최소한은 친절해야 되는 거야.
그게 양심 있는 사기꾼이지.
(아차! 양심이 있다면 사기를 치지 않지!)
어째됐든 시간 내서 전화 주셨는데 못 알아먹어서 매우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