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떤 세상을 꿈꿨나
저는 어릴 적, 문학소녀가 아니었어요. 외려 왈가닥이었죠. 학교에서 웃긴 애로 소문이 날 정도로 성대모사를 잘했고, 춤으로 무대를 오르는 등 사색과는 거리가 먼 일상을 살았죠. 오죽하면 친구들이 쟤는 머릿속에 든 게 없다는 이야기를 했었더랬죠.
그런 제가 스무 살이 되면서 제 친구들과 다른 노선을 탔어요. 친구들은 모두 대학을 갔지만 저는 취업을 해서 일찍이 사회생활을 시작했죠. 패스트푸드점, 물류센터 알바 같은 오늘 내가 빠져도 전혀 아무렇지 않게 업무가 돌아가는 존재감 없는 일을 하며 이십 대를 시작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크게 몸이 아프게 되어 직장 생활도 하지 못하고 집에 틀어박히게 된 사건이 있었죠.
너무 괴롭고 아파서 세상이 다 싫었어요.
몸은 가렵고 수포가 올라왔고, 찌는 듯한 더위에도 몸을 차게 하면 악화되는지라 계속 따뜻하게 있어야 했어요. 하지만 땀이 나면 또 환부는 찌를 듯한 통증과 가려움이 악화됐답니다. 지독히도 괴로웠어요. 정말, 죽을 용기는 없지만 죽고 싶었어요. 그렇게 너무 괴로운 생활 속에서 생각까지 괴롭게 하면 더 괴로워지는 악순환을 끊어버리고자 책을 읽기 시작했죠. TV는 일부러 코미디 프로그램 등 재밌는 것만 보며 억지로 웃고 현실을 잊고 싶었어요.
소설
사실 또는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허구적으로 이야기를 꾸며 나간 산문체의 문학 양식. 일정한 구조 속에서 배경과 등장인물의 행동, 사상, 심리 따위를 통하여 인간의 모습이나 사회상을 드러낸다. 분량에 따라 장편ㆍ중편ㆍ단편으로, 내용에 따라 과학 소설ㆍ역사 소설ㆍ추리 소설 따위로 구분할 수 있으며, 옛날의 설화나 서사시 따위의 전통을 이어받아 근대에 와서 발달한 문학 양식이다.
자연스럽게 가장 많이 접하는 소설 속에 젖어들며 소설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 졌죠. 사람들을 웃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소설을 쓰고 싶다는 근간이었어요. 하지만 그런 저의 생각과 주제의식은 글 쓰는 곳에서는 다소 진부한 주제가 되기 일쑤라 부러 못된 글을 지어내기 시작했어요. 이상한 허세가 들어 점차 어둔 소설을 썼지만 제 본성은 어찌할 수가 없었고, 결론은 척하는 것은 금세 바닥을 드러냈죠.
저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채 시간만 보내다, 꿈을 접었어요.
하지만 아직도 저는 그 꿈을 놓지 않고 있어요. 날 글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해 주셨던 노희경 작가님만큼은 쓰지 못한데도, 그녀처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따뜻한 통찰만큼은 닮은 어떤 세상을 만들어내고 싶다. 나의 세상에 다른 이들이 잠시 왔다가 가만히 미소 짓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은 잊은 줄 알았지만 조금만 사는 게 괜찮아지면 불쑥불쑥 고개를 들어요.
이제 다시 쓸 때가 되지 않았어?
내면의 목소리는 잔소리를 그만 둘 생각이 없는가 봅니다. 내가 그리려던 세상을 그리라고, 세상에 내놓으라고 속삭입니다. 계속 이러다가는 또 펜을 들 테고, 그러다가는 꽤 괜찮은 소설 하나쯤은 쓰게 되지 않을까요.
'소설가'에 대한 명언
"소설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것을 경험해보게 해 준다." - 조지 엘리엇
"소설가는 세상을 본 자의 대화를 듣고 그것을 다시 말하는 사람이다." - 스콧 피츠제럴드
"소설가는 수많은 인생을 살 수 있고, 수많은 인류경험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다." - 톰 월러스
"길이 비교될 만큼 죄악적인 생각을 어떤 사람도 나아가 의도적으로 하지 않을수록 그 사람은 좋은 작가가 되어갈 것이다." - 헨리 밀러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것만을 바란다. 우리가 이해하면 지루해진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필연적으로 의미를 내포한 것이다." - 윌리엄 서로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