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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샤인 Jul 10. 2023

#43 디자인회사

: 모순되고 무리한 요구는 누구라도



저는 편집디자인회사를 운영 중이에요. 그래픽 자격증을 따고 이력을 쌓아 창업을 했죠. 그저 남 밑에서 시키는 일만 하며 살 줄 알았던 수동적인 성향이었는데 막상 내 사업을 시작하고 보니 굉장히 끈질기면서 센 에너지가 나오더라고요. 역시 사람은 환경이 중요한가 봅니다. 친언니가 미용실을 운영하는데 명함을 만든 걸 보고, 내가 차려버릴까? 하는 마음이 계속 있었던 것과 다니던 직장에서 쫓기듯 나오게 된 상황이 만나서 개업의 결심으로 이어졌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실적으로 창업 후 마의 3년이라는 구간을 잘 지나왔답니다. 그렇게 자리를 잡고 있는 요즘이지만 간혹, 자존감을 바닥 치게 하는 고객님들을 만나면 회의가 듭니다.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일까?








디자인회사

디자인이 기술기반이 되어 운영되는 회사



몇 달 전, 소속되어 있는 단체에서 브랜딩 관련한 저서를 기획하고 있어서 저는 공저로 참여해 출간 스케줄을 밟고 있었는데요. 출간을 위해 브랜딩 관련한 정리 중, 내가 디자인을 업으로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려면 고객 100%를 만족시켜야 한다고 생각을 했어요. 괜히 찔리는 거죠. 책이 나왔을 때 누군가는, "아, 거기 디자인 못하는데?"라고 비웃을까 봐.


책 집필 중에 어느 날 고객에게 "디자인 되게 못하시네요."란 말을 듣고 전액 환불을 해주며 끝맺었는데 도저히 책을 써 내려갈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공저 프로젝트에서 잠시 빠진 상태입니다. 50명 중에 1명 꼴로 저희와 안 맞는 고객을 만나고 그들로부터 언어폭력을 받으면 큰 충격과 회의감이 들어요. 그런데 저희도 나름의 핑계가 있는 것이, 문제를 발생시키는 고객분들은 큰 확률로 뚜렷한 방향성이 없습니다. 막연하게 이야기합니다. 고풍스러우며 귀여운 느낌을 한 디자인에 원하는 모순을 보이죠.



모순되고, 무리한 요구는
신이어도 구현할 수 없습니다.


이러니 브랜딩에도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말과 결이 맞죠. 제가 만나는 분들은 거의 사장님, 대표님들 이신데 본인 사업의 방향성이 이리 모호하면 사업을 어찌 꾸려가실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 뜻밖의 위로를 만났는데 생생정보통 TV프로그램을 보던 중, 반찬집으로 대박을 낸 청년이 나와서 어떤 고객분들이 제일 힘드냐는 말에 "반찬이 맛이 없다."며 두고 가시는 분들이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렇게 많은 고객에게 사랑받아 대박을 내도, 입맛이 맞지 않는 고객은 꼭 있고, 어쩔 수가 없는 것이죠. 그들의 생각이 나를 흔들 정도가 아니니 홍보차 TV프로그램에 나온 거였죠.


저도 공저프로젝트에 합류해 브랜딩을 완성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디자인 회사가 디자인을 못해요?

이제 이런 말에 움츠리지 않으렵니다.



회사 대표가 브랜드 방향성도 없나요?

라고 속으로 반문하며, 좋은 안녕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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