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름이 돋지만 용기 내보고 싶어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저는 굉장히 뻣뻣한 사람이에요. 누군가와 스킨십을 잘 못해요. 유일하게 스스럼없이 끌어안는 사람은 딸아이 한 명뿐이랍니다. 다른 사람들은 손길이 닿으면 그 부위를 시작으로 신경이 예민해지며 소름이 돋아요. 손을 잡으면 빼 버리거나 말하면서 툭툭 치면 다른 곳으로 자리를 바꾸죠. 싫냐고요? 전혀 아니에요. 그렇게 누군가 터치를 해주면 설명할 수 없는 느낌으로 참 좋아요. 따뜻해요. '날 따스히 대해주는구나, 고맙다.' 마음은 더 가까워지는데 아니, 왜 몸은 표정은 이리도 뻣뻣할까요?
스킨십
피부의 상호 접촉에 의한 애정의 교류. 육아 과정에서 어버이와 자식 사이, 또는 유아의 보육이나 저학년의 교육에서 교사와 어린이 사이에서 그 중요성이 강조
어린 시절 부모님은 늘 싸우셨고 사랑의 손길보단 싸움의 연장선에서의 화풀이 손길을 더 많이 받았기에 나오는 트라우마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저 외의 다른 형제들은 또 아주 무던하고 따듯하게 컸어요. 트라우마는 혼자 겪냐는 말에 이유를 설명할 방법이 없더라고요. 확실한 건 예민한 성향과 방어기제. 같은 일을 보고도 열 가지 추측을 하고 특히 내가 다친 일은 확대해석해요. 뒤끝까지 있어서 잊어지지도 않아요. 극복하고 싶어요. 저도 다정하게 손잡고 싶고, 토닥이고 싶고, 팔짱 끼고 싶고, 안아보고 싶어요. 고맙다고, 보고 싶었다고, 행복하다고, 사랑한다고, 말해보고 싶어요. 마치 내 안의 상처받은 내가 다정한 내 앞을 가로막고 선 것 같아요.
오늘도 그랬어요. 사흘 뒤면 미국으로 떠날 시누이를 안아주고 싶었는데. 또 언제 볼지도 모르는데. 바보처럼 서서 웃고만 있었어요. 보고 싶을 것 같다고 다시 보는 날까지 건강하자고. 딱 3초만 안아보고 싶었는데...
후회 하나가 또 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