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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샤인 Aug 07. 2023

#63 효녀

: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책을 읽던 중, 나를 알고 싶다면 주위 사람들, 특히 어릴 적부터 나를 관찰하고 키운 부모님께 물어보라는 말에, 뜬금없이 아빠에게 문자로 물었어요.


나는 어떤 사람이에요?

생각나는 10가지만 보내주세요.


그러자 아빠에게 전화가 걸려왔죠. 10가지는 너무 많은데 5가지만 하시겠다고. 그렇게 해주시라고 하고 통화를 마친 뒤 하루가 지나서 답장이 왔어요.


착함

성실함

효녀

아빠한테 잘함

이룬 가정에 잘함







효녀

부모를 잘 섬기는 딸.


제가 기대했던 답변은 좀 더 제가 몰랐던 내 모습을 알아서 더 좋은 방향으로 계발하고자 했던 것인데 아버지의 대답은 방향이 맞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가만히 보고 있자니 나는 좋은 사람인 것 같아 기분은 좋아지더라고요. 하지만 한편 찝찝한 면도 있는 게 저는 어릴 때는 분명히 정말 착한 아이였지만, 착한 사람콤플렉스로 많이 이용을 당해 마음의 상처가 생겨 성인이 되고 난 후로는 누구보다 메마르고 차가운 사람이 됐단 거죠. 아빠는 냉랭하게 변해버린 지금의 저는 이야기하지 않고 어릴 적의 저를 기억하고 계신가 봐요.

아직도 착하기만 하고, 성실하고, 효녀에, 가족들에게 잘하는 천사네요. 물론 조용하고 선한 천성은 있는 것 같긴 해요. 맘 속으로 내가 어느 위치까지 가면 남들을 돕고(기부), 나누고(봉사활동) 그리고 우리 가족들 잘 살게 해주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있으니까요. 냉랭하게 변해버린 건 저 자신을 제가 원하는 위치로 끌어올리려는 마음 때문에 사사로운 정이나 일들에 마음 쓰지 않으려는 맺고 끊음에서 오는 몸부림인 것 같아요.

외려 어릴 적 무지하게 속을 썩이던 큰언니가 아빠께 더 잘하는데, 차갑게 변한 제게 '효녀'라고 '아빠에게 잘함'이라고 남기신 이유가 뭔지 묻기는 어려웠어요.

아마도 아버지의 바람이라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효녀가 돼 드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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