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에서 구하기
긴 연휴의 여운도 있지만 계절이 추워지면서 심리적 컨디션이 저조해졌다.
어렸을 때부터 겨울이 되고 일조량이 떨어지면 무기력해지는 계절성 조울증이 잘 오는 성향이라
이 시기가 오면 늘 마음 관리에 신경 쓰게 된다.
요즘도 살짝 무기력증이 와서 늘 무의식적으로 당연하게 하던 행동들이 낯설어졌다.
습관이 된 일은 의지력이 필요 없다고 하는데 나같이 계절 기복이 심한 체질은 습관도 평생 쌓고 허물 고의 반복이다.
무의식적으로 하던 행동을 의식적으로 해야 하고 더 무기력해지면 의지력으로 해야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일어나기가 귀찮아지고 밥 먹고 나서 설거지도 미루고 싶다.
하지만 이런 무기력의 전조증상들을 살면서 많이 겪고 빠져나오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 정도 스스로 자각할 수 있게 되었다. 나 사용법을 잘 알게 되는 것, 그것이 나이를 먹는 장점인 거 같다.
원래 나쁜 습관이라는 것은 낮은 온도에 오래 노출되어 깊은 화상을 입는 저온화상 같은 것이다.
무기력해지면 주변의 청결상태, 문자 답하기 등 별거 아닌 작은 것들에 무신경해진다.
작은 혼돈이 일상에 침투하고 그것이 쌓여서 큰 혼돈이 된다.
무기력한 몸과 마음은 그 큰 혼돈을 극복할 수 없어 장기적인 우울증으로 빠지기가 쉬워진다.
마음의 기력에 신경 쓰며 자주 충전해 주어야 한다.
힘 안 들이고 즐기며 마른 바닥을 걷던 가벼운 마음가짐에서
끈적한 진흙 바닥을 걷는 다부진 마음으로 일상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어준다.
버티기에 들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