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시키는 일
술 한 방울도 못 마실 거 같은 이미지는 뭘까 ㅋ
독서모임 매달 마지막 주에는 영화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참가자들이 돌아가며 영화를 정하고 각자 영화를 보고 와서 이야기를 나눈다. 영화를 정하는 기준은 넷플릭스에 있는 영화 ㅋㅋㅋ책은 같은 것을 읽기 부담스러워 각자 자유롭게 읽고 이야기 나누지만 영화는 같은 것을 보기 부담 없고 같은 주제로 이야기할 수 있어서 괜찮은 방법이다.
이번 영화는 코다였다. 코다는 청각 장애인 부모에게 태어난 청인자녀라고 한다. 영화 중간중간 공감이 많이 갔다. 노래를 부르고 싶지만 두려워서 자신 있게 부르지 못하는 주인공 루비에게 선생님이 왜 부르지 못하냐고 묻는 장면
“겁이 났어요”
“뭐가 다른 애들이?”
“아마도요. 아니면 노래를 못하는 걸 알게 될까 봐였을지도요.”
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물론 루비는 가족이 들을 수 없어 가족에게 노래를 들려준 적이 없고 그래서 자신이 잘 부른다는 것을 모를 수 있다. 하지만 꼭 노래가 아니어도 , 장애를 가진 부모가 아니어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림을 그리며 그림이 재미있다고는 생각했지만 그림을 잘 그린다고 알려준 건 선생님들이었다. 가정 안에서는 비교 대상이 없어서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나에게 그림을 봉사로 그냥 가르쳐준 선생님들 덕에 친구들 덕에 그림을 잘 그린다고 칭찬해 준 사람들 덕에 그림에 자신감을 조금씩 가지게 된 거 같다.
하지만 그림이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마음속에 심은 것도 나 스스로가 아닌 주변의 말들이었다.
그림은 쉽고도 어렵다.
그에 관해서도 바로 다음 대사에 나온다.
“데이비드 보위가 밥딜런을 보고 뭐라고 했는지 알아? 모래와 접착제 같은 목소리. 할 말이 없는 예쁜 목소리는 차고 넘쳐. 너는 할 말이 있니?”
“그런 거 같아요”
그림도 마찬가지다 그림이 어려운 이유는 그림자체의 기술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그림은 배우면 그릴 수 있어서 잘 그리는 사람은 차고 넘친다. 그런데 그림을 좋아해서 미술입시를 하고 정말 수준급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결국은 그림을 그리지 않는 사람이 정말 많다. 그림이 돈이 안 돼서? 아니다. 그림이 그리기 어려워서? 그림은 어려운 만큼 즐겁다.
그림으로서 전달하고 싶은 자신의 이야기가 없어서이다. 그러니까 그림을 아무리 잘 그려도 그리고 싶은 게 없는 사람은 그림을 계속하기가 힘들다.
글을 읽을 줄 알아도 책을 읽고 싶지 않으면 지식을 쌓을 수 없고. 돈도 모아서 어딘가에 쓰고 싶은 욕구가 없으면 안모이고 인기가 아무리 많아도 사람을 만나기 싫어하면 아웃사이더.
그 욕구는 어디서 오는 걸까? 인정받고 싶고 명예롭고 싶고 이기고 싶은… 이런 상대적인 이차적인 욕구 말고 진짜 그 무언가를 진실로 추구하는 욕구. 그건 타고나는 것일까? 자신의 영혼이 시키는 일… 어쩌면 그것을 찾는 것이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찾지 못해도 그것에 다가가는 과정에서의 모든 경험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그건 자신에게 다가가는 과정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