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기 그림일기] 의무 없는 나눔

받은 것들

by 소형

주변에 베푸는 분들이 많아서 엄청 받고 주고 나누는 삶을 살고 있다.


마르셀 모스는 근대 이전 폴리네시아 경제방식의 특징으로 ‘증여’를 이야기했다.

증여할 의무가 있고(안 하면 예의에 어긋남) 받을 의무가 있고 반드시 답례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교환을 연속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경제활동을 증가시키고 경제성장을 도왔다고 한다.

요즘 그런 증여의 문화가 점점 커지고 있는 거 같다.

일단 카카오톡 선물하기나 양도가능 쿠폰 같은 증여가 쉬운 시스템이 많이 나왔다.

물건의 측면으로는 개인의 잉여자원과 니즈를 가진 사람을 연결하는 시스템이 많이 생겼다. 예를 들면 알라딘이나 당근 같은.. 능력의 측면으로는 개인의 능력과 니즈고객을 연결하는 넷플릭스나 유튜브, 클래스 101등도 생겼다. 물건을 사기 위해 마트를 안 가도, 내 능력을 발휘하고 돈을 벌기 위해 회사를 안 가도 괜찮은 삶으로 바뀌어있다. 하지만 나는 발맞춰 잘 적응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음악스트리밍 사이트로 오래된 문화인데도 유튜브 프리미엄이나 윌라 등 구독하는 시스템에 적응하며 덜컥거렸고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나 클래스 101 같은 곳에서 나의 콘텐츠나 능력을 판매하는데도 버벅거리고 있다. 이런 비대면 시스템들을 만날 때 불안해지는 것은 내가 마음 깊은 곳에 사람에게 의지하는 마음이 있어서 그런가 하고 생각한다.

비대면은 모르겠지만 주변 대면관계의 나눔에는 익숙하다. 생활비가 절약될 정도록 엄청 받고 있다. 현실 공간에서의 나눔은 어쩐지 갚을 의무를 지니는 증여가 아닌 선물이라는 느낌이 강해서 A사람한테 받은 마음 B사람한테 나누고 C사람한테 받은 마음 A사람에게 나누며 퍼져나가는 감각이 있어서 좀 더 좋아한다.





받은물건 그리기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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