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늑대의 시간
좋아하는 시간대는 초저녁이다. 요즘은 6시 30분에서 7시쯤인 듯하다. 해는 산너머로 기울어졌지만 하늘은 여전히 밝게 비춰서 하늘이 아직 연푸르다. 노란 태양의 직사광선은 사라지고 하늘빛이 반사된 빛이 땅 위를 밝혀서 채도 낮은 푸른빛 세상 속에 신호등 빛이나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인공광 주변에 빛 번짐은 없다.
빛이나 원색들은 선명해지고 나무색들은 더 어두워진다.
점점 하늘이 파래지고 인공광이 우세가 된다.
뭐든지 예뻐져 버리는 시간대이다.
좋아하는 시기의 나무는 잎이 가득하거나 단풍이 들었을 때보다 이렇게 동그란 초록 막을 뚫고 오글오글 작은 잎사귀들이 나왔을 때다. 작은 세모모양 은행잎, 공룡 발자국 모양의 중국단풍잎들이 쪼글쪼글 모여있다. 살며시 펴보면 세끼 손톱만 한 잎사귀 안에 모양이며 잎맥이며 다 가지고 있다. 아기들이라고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다. 이렇게 미니미한 잎사귀들이 꽃에 시선이 팔린 사이 쑥쑥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