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수의대생의 일기#4

환상의 나라, 동물원 수의사 체험기

by 김정민

수의사는 글을 쓰기에도, 말을 하기에도 참 좋은 직업이다.

적어도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경험했던 몇 가지 이야기하더라도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곤 한다.

그만큼 이 직업에 대한 사람들의 로망도 많다.

그 정점이 동물원 수의사이다.


펭귄을 수술하는 것을 지켜본 이야기.

스컹크가 엑스레이 찍는 것.

이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반짝이는 상대의 눈에 내가 놀라곤 한다.


졸업할 즈음이 가까워지고,

많은 수의사 분들이 잘 다니던 직장을

급작스레 그만두시는 분들을 많이 보았다.


그 분들이 홀연 떠나신 이유는 현실적인 처우가 아니었다.

놀랍게도'일이 재미없어서.'이다.

혹자는 분명 요즘 같은 취업대란에 배부른 소리하고 있네.....

라고 할 지도 모르겠다.


그래, 배부른 소리 맞다.

다만 수의사라는 직업은

뼈빠지게 공부한 결과에 비해, 처우가 그리 좋지 않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 시선에 따라 이야기에 이끌려

봉급부터 우선 시하고 따라가다보니,

원치 않은 데도, 어느새 취직을 해있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보니, 어느 순간 회의감을 느끼고,

동물병원으로 가거나, 동물원으로 온다.




나의 의지대로 여기에 왔지만, 이 곳의 삶도 만만치 않다.

야생동물은, 동물원의 동물은 한 마리 한 마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대체로 집단을 신경쓴다.

나는 한 마리 한 마리에 집중을 하고 싶은 데, 그럴 여유를 주지 않는다.


진료 뿐 아니라, 하루 간격으로 동물원병원 견학을 오는 학생들 안내도 한다.

여러가지 서류 역시 정리한다.

그 사이사이 많은 동물들에 대한 치료법과 효율적인관리법

심지어 효과적인 번식법까지 조사해야된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겠다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사람들의 지나친 시선에

많은 수의사들이 다크서클을 눈에 달은 채,

여기는 오지마렴이라는 말을 많이 하신다.


이렇게 힘듬에도 불구하고,

여기 수의사분들에게서 때로 뿌듯한 미소를 보게 될 때가 있다.

현실적인 여건을 떠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의 매력이란 것이 이런 것일까.




환상의 나라로 불리는 동물원의,

사람들이 환상을 가지고 바라보는 동물원 수의사.


그 이면을 잠깐이나마 들여다보았다.

나는 과연 한국 사회라는 개인간의 간격이 좁은 이 곳에서

남의 시선을 이겨내고, 과연 내가 하고 싶은 선택을 고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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