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수의대는 어떻게 다른가
자꾸 글 쓰는 게 두려운 지 미뤘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국가고시를 치고 사실상 나는 수의대생이 아닌 처지가 되었다.
그래도 훈련소에 잡혀가기 이전 글을 열심히 써보아야겠다.
2014년 학교 실습 시스템에
'동물인형'이라는 새로운 컨셉이 등장했다.
http://www.dailyvet.co.kr/news/college/20377
한 마리에 약 천만원 정도 하는 이 인형을 도입하는 데 있어서,
사실 많은 욕을 먹었다.
살아 있는 동물을 다루는 것과 인형이 같냐는 것 요지.
본인 역시 많이 회의적이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살아있는 동물에게 주사침으로 먼저 괴롭히기 이전에
당연히 선행되어야 하는 실습이었다.
친구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나는 이러한 경험을 해본 적이 없지만,
간호사들 욕을 많이한다.
자기 혈관을 못잡아서 들쑤셔놨다고 안달이다.
혈관이 잘 보이는 나는 겪은 적이 한 번 도 없는 일이라 그 고통은 잘 모르지만,
그 모습을 상상만해도 소름이 끼치긴한다.
사람보다 혈관 직경이 몇 배로 더 작은 개, 고양이는
작을 뿐 아니라, 그들이 가진 두꺼운 코트에 가려
그 혈관 찾기도 힘들다.
어쩔 수 없이 쑤시게 되는 것.
이를 막기 위해서 미국에서는 인형이 정말 다양하게 준비되어있다.
학생들이 시뮬레이션 훈련을 충분히 하고 나올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요도 카테터를 잡아보고, 수술복도 수술장갑도 여러 번 연습을 할 수 있게해준다.
뿐만 아니라 대동물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을 위하여,
직장에 손을 넣어서 내부 장기 상태를 확인하는 직장검사를 위한 인형까지 준비되어있다.
분명 하나에 몇 백은 할 아이들인데,
학교는 학생들을 믿고 학생증만 있으면 24시간 언제든지 학생이 원할 때 이 강의실을
쓸 수 있도록 오픈해두었다.
부러웠다.
우리 학교 역시 24시 오픈 하는 것을 주장하는 교수님들이 있었지만,
보안상 그럴 수 없다는 것이 결론.
저렇게 좋은 인형을 가져다 둬도,
제대로 쓰이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인상 깊었던 것은 이 곳 학생들은 본과 4학년 병원실습 과정 중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학문이 포함되어있다.
약 1주가량 학생이 각각 보호자의 역할과 수의사 역할을 번갈아 하고,
어떻게 소통을 해 나가야하는 지 교수의 지도아래 반복 연습을 한다.
그 덕분인지 본인은 임상영양학실습에 참관을 하였는 데,
같이 실습을 돈 학생이 능수능란하게 보호자의 말에 동조하고 반려견과 소통하는 모습에 놀랐다.
분명 병원 실습을 1년 모두 완료 했음에도,
보호자를 그렇게까지 대하고,
마지막 Final 상담까지 레지던트와 상의한 결과를
자신의 말의 색을 입혀 말할 수 있는 모습 앞에 나는 주눅들었다.
'이 학생들은 졸업하고 바로 임상 현장에 뛰어들 준비가 되어있구나.' 느끼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