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수의대생의 일기#6

수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그 계기는

by 김정민

초등학교 2학년,

가정환경이 어려워지며 부모님께서

기존에 다니던 서울학교에서 청주에 있는 학교로 이사하기를 권하셨다.


나는 협상을 했다.

"좋아 내려갈 수는 있어,

하지만 나랑 같이 살 동물이 있어야 해!"

단호했다.


이전에도 동물을 키운 적은 있지만,

나의 의지로 그렇게 처음 데려오고

10년을 넘게 함께한 아이가 예삐였다.


반려견이라는 단어보다 애완견이 익숙한 시절.

지금 돌아보면, 생명이라기보다 나는 정말 예삐를 인형이라 생각했나보다.


집게로 귀를 고정하고(얼마나 아팠을까),

싫어하는데도 갖가지 옷들을 입혀가며,

나는 꾸미는 데에만 관심을 가졌다.


정작 돌보지도 않고, 아버지께 관리는 모두 맡겼다.

아버지가 집에 오시던 시간이 밤 10시정도 였고,

나는 하루종일 게임에만 빠져살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나는 정말 같이 사는 생명이라기 보다는 움직이는 인형을 필요로 했던 것 같다.


이렇게 자란 아이가 성격이 어떠했겠는가.

딱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괴팍함.


사회화가 되어있지 않아,

보는 사람마다 죽일듯 짖고,

집에오는 **학습지 선생님의 손도 물어뜯으며 놓지 않았다.


대학교에 들어오기 전에 예삐는 무지개 다리를 건넜고,

그 죄책감에서인지 나는 대학교에 와서부터는 쉽사리 무엇인가를 키운다는 것에

막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회피했다.


그리고 집에 들어갈 수 있는 여유시간이 많아진 작년부터

드디어 고양이를 데려왔다.


최대한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아이에게 알맞을 사료를 고르고,

갖가지 학회들과 축제를 다니며, 아이가 사는 환경풍부화를 위한 장난감들을 싹쓸이하고,

고양이와 관련된 모든 것에 집착했다.


미국 여행을 다녀오면서도,

고양이 물품을 위한 캐리어만 별도로 하나 샀을 정도.


하지만 이런 것 역시 괜히 내가 예삐에 대한 미안한 마음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싶다.

분명 이런 것들도 중요하지만,

사실 실제로 같이 보내는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는 것인데 말이다.


대체복무를 시작하며,

여유시간이 생긴만큼 아이에게

이제는 돈보다는 시간을 더 같이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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