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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밍 Mar 27. 2016

짧은 한국행 속 이야기

그대와 우리의 삶


한 달 전 친정오빠의 결혼으로 2주간 한국에 다녀왔다. 솔직히 아직 한국을 여러 번 다닐 정도로 여유롭진 못하지만 가족들의 경조사쯤은 챙겨야 하지 않나 싶어 여이치 않는 상황에 조금 무리를 했다.


2주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참으로 바쁘고 알차게 보내고 왔는데 그중 기억에 남는 일들이 몇 가지가 있었다.


사실 우리 어머님은 늘 우리가 한국에 살길 바라시고 당신이 사시는 지역과 한국을 늘 최고로 여기신다.

이번에 우리가 한국에 가서 시댁에 머무는 동안에도 하루하루 아쉬움을 비추시며 하루빨리 생각을 바꾸고 한국에 돌아오길 바라셨다. 우리가 뉴질랜드에서 영주권을 받길 바라시면서도 시민권만은 안된다고 말하시는 분이시다. 어머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시민권은 나라를 버린다는 느낌이 드시는 것 같았다.

' 어머님께서 생각하시는 것처럼 이 나라는 과연 살기 좋은 나라일까?'


어느덧 30대 초중반이 된 신랑과 신랑 친구들과의 모임에 나도 따라 나갔다. 남편의 고등학교 친구들로 우리의 오랜 연애기간 동안 나와도 많이 친해지게 된 사람들이다. 20대 중반 군대를 전역한 대학생들에서 어느덧 사회생활 7년 차의 회사원들이 돼있었다. 누군간 결혼을 하여 한 아이의 아빠가 돼있었고 누군가는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 신랑이 되었다. 다들 고등학생 때부터 공부 잘하는 범생이 들이었고 대학 졸업 후 부러우리 만치 좋은 직장에 다니던 친구들이었는데 30대가 된 지금의 직장인들 사정은 각각 달랐다.

우리가 만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뉴질랜드라는 타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그들도 한국에서 치열한 삶을 살고 있겠구나 정돈 알곤 있었지만 그래도 그들만큼은 조금 다르리라 생각했던 것 같다.

S사를 다니던 친구는 희망퇴직을 받는다는 회사의 공고에 희망퇴직을 신청했고 A사에 다니던 두 친구는 지점이 없어지면서 이직과 퇴사를 고민하다 한 명은 이직을 한 명은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또한 남편의 편입 동기였던 친구 또한 남들이 선망하던 S사를 퇴직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젊은 시절 그들은 왜 모두가 대기업을 꿈꿨을까...

여전히 젊디 젊은 그들은 왜 대기업을 그만두기로 한 것일까...


그래서 앞으론 모하고 살 건데?

한 친구는 희망퇴직 후 받은 퇴직금들로 재테크를 하겠다고 했다. 적지 않은 연봉을 받는 동안 작은 아파트도 마련했고 희망퇴직을 권고할 만 하구나 싶을 정도로 퇴직 후 들어오는 돈도 어마어마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자산들을 재테크로 조금씩 불려 나가며 앞으로 를 계획해보겠다고 했다.

또 다른 이는 제주도로 거처를 옮기겠다고 하였다. 처가가 제주도이니 장인이 하시는 일을 도우며 살고 싶다고 했다. 누군가 젊은 나이에 너무 빨리 성급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냐고 원래 사는 건 그런 거라고 했지만 또한 아직 젊기에 도전해 볼 수 있는 거 같다고도 했다. 우리는 좋아하는 이들의 결심에 큰 응원을 보냈지만 조금은 안타깝고 씁쓸했다.


2주라는 휴가를 쓰고 온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놀라 했다.

그래도 되는 거냐며, 돈은 나오는거나며 회사에 네가 빠진 공백에 누가 되는 것은 아니냐며..

당연하게 우리들이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는 것뿐인데 한국에선 문화 특성상 쉽게 가질 수 없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신기해했다. 


나는 늘 한국의 삶에 아쉬움이 있었다. 신랑의 눈엔 그런 내가 어리석어 보였을 수도 있다. 한국은 참으로 먹을 것도 놀거리도 접근성도 편리함도 다 갖춘 나라였기에 뭔가 10년은 뒤쳐진듯한 뉴질랜드에서 사는 게 못내 답답하고 번거롭고 어려워 적응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어쩌면 아직도 적응 중인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한국에서 했던 고민과 뉴질랜드에서 하는 고민은 확연히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불안함의 크기도 다르며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지도, 노후까지 모든 계획을 세우지도 않는다.

뭔가 경쟁할 필요가 없어서 일까 하루를 놀았다고 뒤처지는 느낌도, 쉽게 패배자가 된다는 절망감도 없다.

삶은 불편한테 마음은 여유로운 이상한 현상이다.



우리는 다시 특별하지도 새롭지도 않은 뉴질랜드의 일상에 복귀했고 잘 지내고 있다.

때론 만족스럽기도 때론 그립기도 때론 또 다른 나라의 삶을 꿈꾸기도 하면서.

정답은 어디에도 없으며 끊임없이 고민하는 삶이 되겠지만 그대나 나나 잘해 나아가고 있다고 결론짓고 싶다.

한국인으로서 한국에서의 삶도 한국인으로서 뉴질랜드의 삶도 쉬운 것 하나 없지만



언젠간 결국 모든 게 빛날 것이라고 믿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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