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인지가 높은 사람?

너무 높다면 그것도 문제

by 하니고

나는 외국계 테크회사에서 우리조직과 타조직을 위해 최소 50명 이상의 채용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약 3~4배수의 후보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양한 배경과 커리어를 가진 인재들을 만나면서 공통적인 패턴을 관찰하게 되었다.


초반에는 이른바 ‘백그라운드가 좋은 사람’을 우선적으로 선발했다. 국내외 명문대를 졸업했고, 누구나 알 만한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지원자들을 높게 평가했다. 이력서만 보았을 때는 실패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였다. 조직 적응력도 좋고, 학습 능력도 뛰어나며, 기본기는 충분할 것이라 판단했다.


그런데 채용을 반복하면서 한 가지 공통적인 특징을 발견했다. 소위 스펙이 좋은 인재들 중 상당수가 명확한 지시를 받기 전까지는 업무를 시작하지 못했다. 목표가 추상적이거나 방향이 완전히 정의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실행에 착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 현상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한국식 주입식 교육의 영향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았다. 정답이 존재하는 환경에서 오랜 시간 훈련받은 사람일수록 ‘정확한 문제 정의’가 주어지지 않으면 움직이기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었다. 주어진 범위 안에서는 매우 정교하게 분석하고 실행하지만, 범위 자체를 정의하는 일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이들은 이해가 완전히 명확해질 때까지 질문을 이어갔다. 질문 자체는 긍정적인 행동이다. 사전에 기대 수준을 맞추고, 결과물의 방향을 정렬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다만, 문제는 질문의 목적과 방향이었다. 스스로 가설을 세우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모든 변수를 제거한 뒤 ‘정답’을 확인받기 위한 질문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탁자를 만들기 위해 산에 가서 나무를 베어오라고 지시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이어졌다.


어느 산에 가야 하는지 묻는다- 청계산인지, 도봉산인지, 관악산인지?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 묻는다- 산책로인지, 등산로인지, 아니면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인지 확인한다.
어떤 나무를 베어야 하는지 묻는다- 묘목인지, 고목인지, 중간 크기인지 구체화를 요구한다.
전나무인지, 수리나무인지, 떡갈나무인지 종류를 지정해달라고 한다.
어떤 도구로 베어야 하는지도 확인한다.
어느 정도 사이즈로 잘라야 하는지 묻는다.
운반 방식도 질문한다. 직접 지고 내려와야 하는지, 트럭이나 헬리콥터를 지원해줄 것인지?
과거에 유사 사례가 있었는지도 묻는다. 벤치마크 자료가 있는지 요구한다.


이러한 질문은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과정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실제로 기대 수준을 사전에 맞추지 않으면, 힘들게 나무를 베어왔는데 “그 나무가 아니다”라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그런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질문하는 태도는 분명 장점이 있다.

또한 ‘메타인지’라는 개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메타인지는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는 능력이다. 학업 성취도가 높았던 사람들은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런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는 훈련이 되어 있다. 그래서 디테일을 파고드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러나 모든 변수가 명확해질 때까지 질문을 반복하고, 완벽한 그림이 그려진 뒤에야 업무를 시작하면 몇가지의 문제가 발생한다.


첫 번째로, 상사가 피로해진다. 리더는 이미 여러 과제를 동시에 처리하고 있다. 큰 방향을 제시하고 실행은 위임하고자 한다. 그런데 사소한 디테일까지 계속해서 확인 요청이 들어오면 의사결정 피로가 누적된다. 그 결과 해당 구성원에게 중요한 업무를 다시 맡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왜 스스로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가?”
“대략적으로 말해도 의도를 파악할 수는 없는가?”
“같이 일하기 피곤하니 다음 프로젝트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낫겠다.”


두 번째로, 속도가 느려진다. 경쟁 환경에서는 완벽함보다 실행 속도가 중요할 때가 많다. 같은 업무를 받은 다른 동료는 100% 확신이 없더라도 가설을 세우고 일단 나무를 베어오고 결과물이 다소 수정이 필요하더라도 다음 단계로 이미 넘어갔다. 반면, 모든 조건이 명확해질 때까지 기다린 구성원은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실행의 속도 차이가 누적되면서 성과 격차로 이어졌다.


세 번째로, 설령 모든 질문을 마치고 일을 시작했다 하더라도 결과물이 기대에 크게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상사는 큰 그림만 던졌을 뿐, 세부 디테일까지 설계하지 않는다. 의도는 부하직원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더해 창의적으로 확장해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시킨 대로만’ 수행한 결과물은 상사의 기대를 뛰어넘지 못했다. 오히려 지시 범위 안에서만 움직인 결과물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한 태도는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답은 단순했다. 질문을 멈추라는 것이 아니라, 질문에 앞서 자신의 전략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제안할 수 있다.


참나무가 우거진 특정 산을 선택해 벌목을 진행하겠다고 제안하되, 해당 산을 고른 이유는 주요 명산에서는 삼림 보호 정책으로 벌목이 금지되어 있으나, 동네산은 상대적으로 제약이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참나무를 선택한 이유는 강도가 높아 튼튼한 가구 제작에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근거를 제시한다.


산의 지형상 차량 진입이 어렵기 때문에 산책로 초입에서 한 그루를 베어오겠다고 계획한다. 한 그루로 6인용 탁자 두 개를 제작할 수 있는 목재를 확보할 수 있다고 산출한다. 운반에는 트럭 한 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지원 가능 여부를 요청한다. 특정 일시까지 회사에 배송하겠다고 일정도 명확히 한다.

또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참나무 외에 전나무도 함께 준비하겠다고 제안한다. 전나무는 결이 아름다워 상판 디자인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이에 대한 의견을 요청한다.


이 접근은 단순히 질문을 나열하는 것과 다르다. 이미 방향을 설정했고, 선택의 근거를 제시했으며, 실행 계획과 일정까지 포함했다. 상사는 세부를 모두 설계해줄 필요가 없고, 핵심 판단만 내려주면 된다. 의사결정 피로가 줄어들고, 실행 속도는 빨라진다.


질문을 많이 하는 것이 곧 메타인지가 높은 것은 아니다.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모르는 영역에 대해 가설을 세우고 검증 가능한 전략으로 제안하는 단계까지 가야 한다. 그 지점이 진짜 메타인지다.


질문만 던지는 사람은 안전지대를 벗어나지 않는다. 실패 가능성을 상사에게 전가한다. 반면, 전략을 제시하는 사람은 책임을 일부 떠안는다. 대신 주도권을 얻는다. 조직은 후자를 더 신뢰한다.


스스로를 메타인지가 높다고 착각하며, 주변에서도 그렇게 평가해주기를 기대하는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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