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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안에 남은 마음

행복을 부정하던 내게 남은 것

by 김온지


입 안에 남은 맛은 금방 사라졌지만, 마음엔 오래도록 남았다.



초등학생인 내가 가장 좋아했던 만화는 "꿈빛파티시엘"이었다. 이 만화 덕분에 한때 내 꿈은 파티시에가 되는 거였다. 만화 속 주인공 감딸기는 케이크를 비롯한 디저트를 먹을 때마다 진심으로 행복해했다. 그 안에 담긴 마음과 맛을 찾아내는 건 물론, 만든 사람의 감정까지 알아보는 재능도 가졌다.


"만드는 사람이 행복해야 먹는 사람도 행복해진다."는 말은 아직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어릴 땐 이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잘 몰랐다. 나도 케이크를 먹으면 달콤함에 기분이 좋아졌으니까.


나는 꽤 오랜 시간 동안 행복을 부정하며 살아왔다.


행복하다고 하면 더 큰 불행이 올 것 같아서.

행복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 느껴져서.

혹은 이게 정말 행복인 건지 모르겠어서.


결국엔 행복을 핑계로 나 자체를 부정해 왔다. 그렇게 살아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행복을 조금씩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그 연습 속에서 가장 큰 위로와 마음을 준 건, 바로 디저트였다.



작은 디저트 하나에도 많은 맛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나는 그 조각들을 기록한다.


입 안에 머물다 간 달콤함 뒤, 오래도록 남은 마음의 순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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