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빵 한 입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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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인기 메뉴, 소금빵. 통통하니 귀여운 생김새에, 콕콕 박힌 소금이 눈길을 끈다. 구움 과자나 케이크는 좋아하지만, 빵은 잘 안 먹는 내가 유일하게 주기적으로 찾아먹는 빵이다. 맛집이라는 소문이 들리면 꼭 찾아가 보고, 심지어는 집에서 만들어 먹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한 입 베어 물면 느껴지는 버터의 고소한 풍미와 입 안에 퍼지는 짭짤한 소금의 감칠맛. 입맛이 없다가도 소금빵 한 입이면 바로 되살아 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합은 아침에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는 소금빵이다. 눈도 잘 떠지지 않는 아침에 간단하고 맛있게 먹기엔 이만한 게 없다. (요즘엔 혈당 관리에 힘을 쓰느라 같이 곁들여 먹을 샐러드도 준비한다.)
커피를 준비하는 동안, 전 날 사온 소금빵도 준비한다. 에어프라이어에 소금빵을 돌리면, 시간이 지나도 갓 구운 것처럼 겉이 바삭한 맛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이 모든 게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비몽사몽 한 아침, 커피와 소금빵의 향기가 온 집 안을 감싸면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꼭 우리 집이 유명 브런치 카페가 된 것 같아서 괜스레 웃음도 나온다. 잠옷 차림으로 올 수 있는 나만의 브런치 카페라니, 멋진 아침이다.
한창 베이킹에 빠져 하루 종일 소금빵만 구워낸 적이 있다. 많이 만든 날은 주변 지인에게 선물도 하고, 소소하게 만드는 날에는 가족들과 함께 나눠 먹었다. 만드는 게 쉬웠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나는 베이킹을 생전 처음 해본 사람이었기에 반죽부터 모양 잡는 것까지 서툴렀다. 하지만 직접 만드는 건, 사 먹는 것과는 또 다른 기쁨이 있었다.
하루는 사촌동생들이 오랜만에 집에 놀러 왔다. 나이차이가 꽤 많이 나는지라 어떻게 놀아주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동생들도 소금빵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다. 아, 그래. 소금빵이라면 괜찮을 것 같았다. 너무 자극적이지도, 부담스럽지도 않으니까. 얼른 만들어서 동생들에게 건넸다.
그날의 반응은 잊을 수가 없다. 둘이서 내 빵을 먹더니 너무 맛있다며 극찬을 해줬다. 심지어는 가게를 내달라고 하더니 가게에서 100억에 팔아도 자기가 사겠다고 했다. 귀여운 칭찬 한마디에 반죽하느라 힘들었던 마음이 싹 사라졌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애기가 그런 칭찬을 해주니까 너무 귀엽고 웃겼다. 고작 빵 하나가 뭐라고 이렇게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건지. 먹는 동생들도, 만든 나도 행복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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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식감을 위해 모양이 다르거나, 크림이나 다른 재료가 들어가 맛이 다른 소금빵들도 많이 볼 수 있다. 누구는 크림이 가득 들어간 걸 고르고, 또 누구는 초코칩이 박힌 걸 고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늘 기본을 고른다. 색다른 비주얼에 홀려 다른 걸 먹어봐도 결국엔 다시 기본으로 돌아오게 된다. 화려하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다고 이 빵이 말해주는 것 같아서. 그게 꼭 개성이 넘쳐나는 사람들 속에 아무것도 아닌 나도 괜찮다고 조용히 말해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크림을 품고, 초코 옷을 입어도 '소금빵'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으니까. 나도 그럴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결국 어떤 옷을 입든 나는 나라는 걸 느끼게 됐다.
자극적인 맛들 사이에서 담백하게 나를 안아주는 소금빵이 제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