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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생각나는 것들에 대하여

엄마가 만들어준 프렌치토스트

by 김온지



평소에는 생각도 안 나고 딱히 먹고 싶지도 않던 게, 꼭 갑자기 생각이 난다. 나는 먹고 싶은 음식이 생기면 당일이나 다음 날에는 반드시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한 번 딱 꽂힌 게 있으면 무조건 해내야 하고, 먹어야 하고, 가져야 하는......


이런 내가 아주 가끔, 강렬하게 꽂히는 디저트가 하나 있다. 부드러운 달걀과 우유 옷을 입고, 달콤한 설탕과 시럽을 바른 프렌치토스트. 유독 프렌치토스트가 갑자기 머릿속에 콱 박힌다. 그것도 엄마가 해주는 걸로 먹어야 한다며 내 머리가 아우성친다. 다른 카페나 전문점에서 사 먹는 건 일시적인 만족일 뿐이지, 이 갈증이 완벽하게 해소가 되지 않는다.


내가 어렸을 때 엄마는 식빵이 애매하게 남거나, 빨리 먹어야 했을 때 주로 프렌치토스트를 해주셨다. 엄마가 갓 구운 프렌치토스트를 접시에 담아주면, 나와 동생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 위에 메이플 시럽을 뿌렸다. 대부분 설탕도 많이 뿌려먹지만, 우리 집은 항상 메이플 시럽만 뿌려 먹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설탕보다는 시럽만 뿌려 먹는 걸 선호한다. 달콤한 설탕 입자가 씹히는 것도 좋지만, 입 안 가득 달큼하게 퍼지는 시럽의 풍미가 더 좋다.


처음에는 일반 토스트처럼 바삭하지도 않고, 특별한 것 없이 달걀물만 입힌 것 같은 비주얼에 반감을 가졌었다. 하지만 첫 입을 먹자마자 눈이 크게 떠졌고, 나와 동생은 그대로 반해버렸다. 그 이후로 프렌치토스트는 종종 우리 남매의 간식 메뉴가 되었다.


엄마표 프렌치토스트에는 가끔 스크램블 에그도 함께 있었다. 엄마는 토스트를 만들다 달걀물이 남으면, 그걸로 스크램블 에그까지 해주셨다. 그때 먹는 스크램블 에그는 특히 더 부드럽고, 약간 달달한 맛도 난다. 그게 먹고 싶어서 제발 달걀물이 남아주길 바랐던 적이 많다.


다른 디저트들은 주기적으로 생각나고, 주기적으로 먹고 싶어진다. 하지만 프렌치토스트는 정말 순간, 생각이 난다. 그것도 꼭 집에 식빵이 없을 때. 운명의 장난인 것도 아니고, 나도 내 변덕과 마음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이상하다면 이상한 성격과 고집 때문에 스스로가 열받기도 한다. 오늘 먹고 싶어서 안달 났던 게, 다음 날이면 먹기 싫어진 적도 많으니까. 한순간에 불타듯이 빠져들고, 금방 불씨가 꺼져버리는 일도 허다하니까.


하지만 엄마는 이 모든 걸 다 받아준다. 내가 정말 즉흥으로 먹고 싶다고 해도, 바로 만들어주신다. 투박한 비주얼 속에 담긴 사랑과 정성. 그 어떤 달콤하고 맛있는 디저트들보다도 맛있게 느껴진다.


나는 프렌치토스트만큼은 절대로 혼자 먹지 않는다. 어렸을 때 동생과 함께 먹었던 그 순간이 너무 좋아서일까. 그 기억 때문인지, 꼭 누군가와 함께 먹어야 한다. 그래서 엄마가 오랜만에 해주는 날엔 무조건 동생과 함께 먹는다. 많이 커버린 남매는 아직도 엄마가 접시에 가득 담아주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시럽을 뿌린다.



달달하고 부드러운 엄마표 프렌치토스트의 맛은 아무도 흉내 내지 못한다. 그 안에 담긴 마음과 손길은 엄마가 유일하니까.


이 글을 쓰다 보니 내 머리에 프렌치토스트가 또 한 번 꽂혔다. 괜히 남은 식빵이 없나, 하고 집을 어슬렁 거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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