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존재는 피어날 자격이 있다.
2016년, 함께 노래를 부르던 장애 학생이 있었다.
열여덟 살의 자폐성 발달장애 학생, 주하.
그 아이를 처음 만난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밝고 경쾌한 표정, 낯가림 없이 내 노래를 따라 부르던 모습.
“고민지 선생님! 이렇게요?” 그 순수한 한마디가 내 마음에 오래 남아있다.
성악 레슨을 이어가며 자연스레 주하 어머님과의 티타임도 생겼다.
어느 날 수업 후,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어머님, 주하는 자폐가 있는데도 어쩜 저렇게 밝고 예쁠까요?
처음부터 그런 아이였는지, 어머님의 마음은 어땠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그 질문에 어머님은 조용히 웃으며 말씀하셨다.
“사실 처음엔 자폐인 줄 몰랐어요.
전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일도 하고, 저만의 삶이 있었거든요. 아이는 낳아 키우고, 다시 제 일을 하리라 생각했죠. 그런데 돌 무렵, 주하가 자폐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 순간… 마음이 무너졌죠. 이 아이를 ‘고쳐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온 집을 하얗게, 마치 치료실처럼 바꾸고 병원, 치료, 훈련… 그렇게 살아갔어요.
하지만 그럴수록 아이가 더 멀게 느껴졌고 저도 점점 불행해졌어요.”
그렇게 말을 잇던 어머님은 잠시 멈췄다 이어 이야기해 주셨다.
“어느 날 주하를 안고 집에 오는 길에, 교회 근처에서 노래가 들려왔어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지금도 그 사랑받고 있지요—’
그 노래를 듣는 순간, 깨달았어요.
‘우리 주하도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아이인데… 하루에 열 번씩 사랑한다고 말해주자.
마음이 안 따라줘도, 무조건 열 번씩.’”
그날부터 어머님은 매일 열 번, 꾸준히 “사랑해”를 말했다고 했다.
그리고 10개월쯤 지났을 무렵의 어느 날 갑자기,
주하가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로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그 순간, 그 집은 치료실이 아닌, 가정으로 돌아왔다.
그 대화를 나누던 날, 주하는 티타임 옆에서 이렇게 말했다.
“고구마 더 먹어도 돼요? 더 먹으면 살찌나? 신기하다!”
그 말까지도, 참 귀엽고 따뜻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주하와의 인연은 그 후로도 계속되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성악 레슨을 함께했고, 장애학생 콩쿠르에서 입상하기도 했으며 내가 주관했던 장애&비장애 소통 콘서트에서 천사 같은 목소리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선과 감동을 안겨주었다.
얼마 전 다시 어머님과 통화를 나눴다.
여전히 행복하게 살아가는 주하의 소식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날의 경험은 내게 아주 중요한 가르침을 남겼다.
'이 세상에 의미 없는 사람은 없다는 것.'
'모든 사람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는 것.'
그 말은 나에게도, 그리고 당신에게도 해당된다.
진정으로 나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 역시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귀한 존재임을 몸으로 느끼고,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오늘도 사랑으로 피어난 하루이길.
그리고 그 기적이 당신의 삶에도 일어나길.
'코스모스를 노래함'을 부를 때,
주하(가명)가 그린 코스모스 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