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Super Star

by 루나



나는 좋아하는 가수의 다작이 들어있는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 걸 좋아한다. 조금 구식.

자기 음악을 만드는 가수들이 그래서 좋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과 남의 이야기를 내 것처럼 소화해 내는 것에 대해 미세하지만 분명히 다름이 있다 본다.


요새는 싱글이다 미니앨범이다 두 세곡으로 앨범이라 말하지만 나는 1980년대 생. 팝송도 한국 노래도 적어도 일곱여덟 곡의 다소 숨찬 길이의 앨범을 내어 놓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에게 요즘 같은 세상, 고마운 마음.




비욘세와 친구가 되는 상상을 한다.

(쿨럭)


비욘세를 좋아한다. ㅋㅋ

내가 알 수 없는 세상에 사는 그녀지만 그녀가 만든 음악, 가사, 패션들은 왠지 어렵지 않다. 나와 성격도 조금 비슷할 것 같다. 그녀의 노래를 듣고 있자면 그런 생각이 든다. 내 맘, 내 생. 그리고 내 상상.


2016년 브런치에 한창 연재를 하고 있을 적, 비욘세의 '레모네이드'라는 앨범이 나왔고 고통을 승화해 예술을 만들어 낸 그녀에게 영감을 받아 '레모네이드, 부제: 사랑은 레몬 같은 것'이란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리고 7년이 지나 2023년 '상상하는 여자'를 마감하기 위해 남은 글들을 집필하는 중 이번엔 그녀가 'Renaissance 르네상스'라는 제목의 앨범을 내놓았다.


비욘세의 르네상스 앨범 커버

반짝이고 무언가 중요하게 보이는 말 위에 가린 거 별로 없이, 그리고 흐트럼없이 앉아 마치 내 영혼을 뚫어 보고 있는 듯한 강렬한 앨범 커버에서 안 그래도 세상 꿀리는 거 없이 당당한 욘세 언니의 완성본을 보고 있는 듯 한 느낌이 든다.


Like she became what she finally meant to be.


그런 그녀의 이번 앨범에서 가장 마음에 든 노래는 "Alien Super Star'라는 노래다.





별 건 아니지만 둘째 아들을 낳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기 시작했다. 2010년쯤이었나. 운동을 시작했단 얘기다.ㅋ

마른 몸이 절대 아닌데 근육 하나 없으면서도 여자가 무슨 근육, 하던 문과생 여고 아이 같은 몸에 체력과 맑은 정신을 부어 주신 아프지만 살이 되는 근육 운동. (강추합니다)


하지만 인간 몸뚱이 삼십 년 동안 쓰지 않은 근육을 심해 밑에서 보물 찾듯 (ㅋㅋㅋㅋㅋㅋㅋ) 운동을 다니며 몸을 만들고 근육통을 앓고 앓고 또 앓는, 그래서 더럽게 안 빠지던 팔뚝 근육과 삼십 년 동안 앉아있는 거 좋아해 많이 내려가 계시던 엉덩이 근육을 키우는 일은 참 더럽더라. 하지만 나를 위해 쓰는 시간, 내 몸의 확실한 변화, 체력의 증가, 엉덩이가 커지면서 생기는 못 쓸 자신감은 신세계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긍정적인 변화는 내게는 늘 완벽해 보이는 누군가의 멋지고 아름다운 몸매에 대한 환상이나 욕구로 인해 나를 괴롭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조금 나온 배, 조금 두꺼운 다리도 내 의지와 노력에 의해 변할 수 있고 그 과정을 거치는 동안 자신을 거부할 수 없이 사랑하게 되는 과정은 운동 그 자체보다 더 멋진 일인것 같다.


어쨌든,


좋아하는 가수들의 노래들을 들으며 오로지 나에게, 내 몸에게 퍼부은 시간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운동이 영원한 문과생의 삶의 삶이 된 것은 내 인생에 가장 올바른 변화인데 셋째를 낳고 한 일 년 쉬다 다시 시작했고 얼마 전 아이들을 다 맡겨놓고 혼자 운동을 하면서 비욘세의 이 노래를 들으며 트레드밀을 타다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 씨 이놈의 눈 물 은 아무데서나 나고 GR이니 쪽팔리게...

주위를 돌아보니 나에게 관심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앵글을 올려 강도를 높이고 다소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속도까지 높인 다음 달리기 시작했다.



집에 돌아와 내가 쓴 '레모네이드'를 다시 읽다 나와 내 연애들, 내 과거사에 이런 깨달음이 왔다.

"I needed to love me the MOST."

나를 제일 사랑했었어야 하는데.



집안에서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랑으로 인해 그런 거겠지만, 그래서 내 안이나 내 가족이 아닌 남자 친구, 혹은 어장 속의 남사친들이 주는 관심과 사랑에 집착했고 내가 주는 사랑과 그들이 주는 사랑에 연연해 내가 부서지거나 나를 스스로 싫어하게끔 만드는 상황에서 사랑을 구걸한 내가, 그런 사랑들을 한 내가 참 안됐었구나, 가엽게 여겨져서 눈물이 난 걸까. 깨달음의 눈물이었을까. 그 시절을 지나온 내가 장해서 난 눈물이었을까. 아님 너무 열심히 달렸나.


어이구 방정도.


요샌 이렇게 포인트 참 랜덤한 시점에 눈물이 난다. 늙는단 얘긴가.

서른 아홉이 된 아직도 상상하는 여자.

ㅎㅎㅎㅎㅎㅎ





사랑은 아름답고 의미 있지만 완성되지 않은 내가 목적도 근본도 없이 빛을 쫓는 불나방처럼 남이 주는 사랑에 느낀 희열은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나'를 선택하고 그 누구보다 '나'를 믿게 된 지금의 내가 찾거나 원하는 감정이 아니다.

사랑을 하고 있지만 그리고 받고 있지만 그것으로 인해 나를 망치거나 부셔야만 하는 상황에 있지도 않다.

있는 그대로의 내가 구김 없이, 가감 없이 주는 사랑은 나 스스로에게, 내 남편에게, 내 자식들에게는 거부감의 대상이 아니다. 당연하고 평범한 것.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아름답지만 무엇보다 나를 사랑하는 것은 신성한 일이고 가치있는 일이다.




늘 작가가 되고 싶어 아등바등하던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사랑뿐이던 시절이 있었지만 오늘의 나는 그것보다 훨씬 깊고, 높고, 다른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다고 믿고 있다.



언제나 나는 나였지만 마침내 나는 내가 상상하던 내가 되어있단 생각이 들었고 비욘세의 르네상스 앨범처럼 나는 내 인생의 르네상스 시절에 진입해 있지 않나 싶다.


Annd

Most of all, I finally really love myself unapologetically.

And That’s really empowering.


완벽하지 않은 나를 완벽하게 사랑하는 나는 완벽하다.



이런 파워풀하고 당당한 나를 상상한 적이 있다.

아님 애 셋이나 낳은 아줌마의 당당함의 인정인가.



https://youtu.be/e_aT9pAGQo8

Beyonce -Alien Super 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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