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2

( Dinner 편 )

by 루나



좋은 소고기를 큰 깍두기 모양으로 잘라 소금 후추로 밑간을 하고 밀가루를 얇게 묻혀

기름과 버터를 넉넉히 둘러 잘 달군 캐스트 아이론 팬에 양면을 모두 잘 구워준 후, 딴 곳에 잠시 거둬내놓고,

덩어리 야채(소고기 크기만 하게 자른 감자, 양파, 당근, 버섯)를 똑같은 팬에 버터를 조금 더 녹여 볶아주다가

레드와인(평소에 먹는 레드와인, 아마 너무 달지 않고 조금 드라이한 게 더 좋아요)을 자작하게 부어준 다음,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면 따로 두었던 고기를 같이 넣고 조금 끓이다가 소금, 후추 간을 해 준다.

거기다 마른 월계수 잎이 있다면 두세 개쯤 넣어 준다.

(취향에 따라 Thyme, Basil 등을 조금 넣어주면 좋다.)

고기와 야채의 양을 고려해 300도의 오븐에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를 넣고 졸여준다.


이렇게 만든 Beef Braised in Redwine에 집에 있는 파스타, 아무거나 조금 Over cooking 해 씹기 편하게 끓여낸 뒤 물을 부어 버리고 버터를 조금 발라준다.

매쉬포테이토에 올려 먹어도 맛있다.



예쁜 볼 모양의 널찍한 접시에 밑에는 파스타 혹은 매쉬포테이토, 위에는 Roasted Beef를 올리고 그 위엔 잘게 자른 Chive나 쪽파의 초록 부분만 얇게 썰어, 혹은 다진 파슬리를 위에 고명으로 올려 저녁을 만들어 먹는다.









아빠가 월급날에 사 오시던 후라이드 치킨에 흰 무가 최고의 저녁이었을 때도 있었는데 비싼 와인에 조린 소고기에 파스타랑 감자 올려 서양 음식을 이렇게 매일 먹고 사니 황송하네.








하지만



왠지 약간은 비위 상하는 돼지 삶는 냄새가 공기의 80퍼센트를 차지하는 시장 뒷골목에 머리 고기가 들어간 선지 해장국을 먹고 싶다.


족발에 쌈장 잔뜩 찍은 마늘을 넣고 쌈을 싸 먹고, 시큼한 해파리냉채를 흰 밥에 올려 먹고 싶다.


와인 말고 막걸리, 투박하고 오래된 큰 밥그릇에 한 잔,


짜고 자극적이고, 먹고 나면 포만감에 아랫목에 내 몸무게만큼 무거운 할머니 이불을 덮고 드러눕고 싶어 지는 시장음식을 상상한다.










우리의 인생은 현실과 상상의 타협점의 어딘가에 길게 걸려 있다.







keyword
이전 13화솔직한 게 나쁜 건 아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