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monade

(부제 : 사랑은 레몬 같은 것)

by 루나





1. 연애


한국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은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였다.

난 스물 초반, 그 사람에게는 이미 사귄지 한참 된 여자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그에게 제의를 했다.

(미쳤던 걸까?

Hmmm, probably.)




"네 여자친구, 계속 만나. 만나고, 나도 만나줘."

나는 그가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나로 인해, 여자친구와 굳이 헤어지지 않을 거란 예상을 했고, 난 비집고 들어갈 틈을 마련해야 했다.



그가 내 이런 제의에 얼마큼 고민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는 딱히 이렇다 할 대답 없이 내 문자에 계속 답장했고, 만나기를 동의했으며, 아무도 보지 않는 거리를 둘이 걸을 땐 손을 잡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의 '몰래 연애'는 시작되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고, 보여줄 수 없었고, 들킬 수 없었던 만큼 더 신중하고 비밀스럽게, 늦은 시간, 인적 없는 곳에서만 만났고, 이왕 이렇게 망가진 연애 하는 김에 서로 좋아한다, 뭐 한다 감정표현도 생략하고, 서로 구속, 압박하지 말자는 합의 하에, 정말 프리(free)하게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아무리 행복해도 제 이인자'라는 생각에, 그리고 멀쩡히 잘 사귀고 있는 커플 틈에 교묘하게 비집고 들어간, 마치 유기농 사과 안에 들어가 앉아 안에서 속을 야금야금 파 먹는 나는 벌레 같은 인간이라는 도덕적인 차원에 괴롭기 시작했다.



주위에 남자가 없는 것도 아니었고, 좋다고 하는 남자가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굳이 그 사람이 좋았다.

금지된 사랑에 대한 격렬한 저항이었을까.

그가 보여주는 몰래 사랑은 끊을 수 없이 달콤했다.



이렇게 그를 좋아하다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미련 없이 떠나면 된다는 말로 안 되는 생각도, 굳이 여기서 그만둬야 한다는 생각도, 나는 쿨하게 제 이인자, 할 수 있어! 하는 생각도 점차 잦아들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다른 사람도 아닌 그 사람의 여자친구가 내 존재를 알게 되었다.



처음엔 '어떡하지?'하는 죄책감이 들다가 시간이 조금 지나자 어쩌면 이게 그 사람이 그녀와 헤어지게 되는 절호의 찬스라는 기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 사람을 전부 소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녀도 그에게 나만큼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그 여자 계속 만나, 만나고 싶으면.

근데 우리 그 여자 때문에 헤어질 순 없어.

그러니깐 그 여자 만나려면 나 만나고 남는 시간에, 나 만나고 남은 힘으로, 나 못 보는 날, 그럴 때.

그리고 그렇게 만나다 오빠 정리하고 싶을 때 해."




.....

그 여잔 나보다 더 높은 곳에 있었다.





그 사람의 여자친구와 함께 공존하겠노라고 먼저 제의한 것은 나였기 때문에, 그리고 난 기껏 해봐야 그의 첩이었으니, 그 여자친구와 헤어져,라고 그에게 말할 수 없었고,

첩 주제지만 억울한 마음에 그 여자랑 헤어지라고 떼를 부렸지만 그는 그렇게는 할 수 없다고 단정을 지었다.


게다가 그는 내가 더 이상 이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이 되면 여기서 그만두자고 했지만 나는 쓸 데 없는 오기심으로 불타올랐다.

그래서 나는 기꺼이 '그의 넘버 투'로 남기로 했다.

그렇게 새 사람은 암묵적인 동의 하에 Three way를 시작했다.







한 남자를 두 여자가 동시에 소유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And I should've known that usually mistress loose.


나도 내가 처한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지만 첨엔 나름대로 괜찮은 것 같기도 했다.

이렇게 이 사람을 만나다가 내가 다른 사람을 만나면 그대로 그를 떠나면 되는 것이고, 그이의 여자친구는 마치 우리 사이를 몰랐을 때처럼 관여하지 않는 것 같이도 느껴졌다.



하지만 가질 수 없는 상대방에 대한 도발, 비밀스러운 것에 대한 환희도 잠시 나는 점점 걷잡을 수 없는 질투심, 말도 안 되는 상상, 구속하지 말자 했지만 감출 수 없었던 소유욕을 앓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옛날에 왕들이 첩들이 많고 그러면 지들끼리 싸우고 여왕이 질투내고 그런거 아니겠어?)


그리고 결국엔 내가 사랑이 아닌 사람을 사랑해 더 이상 고통받을 수 없단 생각에 이르렀다.





문득 그때, 그 사랑 후의 고통은 지독한 치통같이 처절하고 악랄하게 나빴던 것 같다는 기억이 돌아온다.

그는 나와 헤어진 후에도 여전히 여자친구를 잘 만나고 있었고, 실연의 상처에 비틀대는 나에 비해 너무 아무렇지 않아 보여 내 존재를 더 하찮게 만들었다.



'그는, 나를 사랑하지도 않았어.'


I really was nothing to him than rush.







2. Beyonce (비욘세)



2013년 그녀는 제이지와 결혼 후 발표한 'BEYONCE'라는 앨범에서 제이지와 격렬하고 미친 사랑에 빠져 있는 듯 보였다. 그 앨범을 통해서는 결혼한 여자의 안정감 같은 것(그리고 남편이 제이지입니다.)과 자신의 위치와 자신이 이룬 것에 대한 만족감, 그리고 Drunk in Love, Partitian이란 곡들을 통해 보이는 그녀가 갖고 있는 강렬한 성적인 욕망 등을 통해 그녀와 제이지가 진짜 엄청나게 행복하구나, 잘 사는구나, 했었다.


그때 그녀는 그저 고속도로를 달리는 잘 빠진 고급 외제차 같은 느낌?, 그랬었다.


그런데 불과 2년 후, 작년 2015년, 미국의 한 시상식에 참가한 비욘세와 남편 제이지(Jay-Z), 비욘세의 여동생인 Solange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여동생인 Solange가 형부인 제이지를 무차별하게 발로 차고 때리는 데 비욘세는 옆에서 그냥 가만히 있는 동영상과 사진이 유포되어 큰 뉴스가 되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시상식까지 가서, 가장 화려하게 사는 사람들이, 그것도 처제가 형부를 미친개처럼, 때릴까?'


곧이어,

제이지가 부인인 비욘세를 두고 바람을 폈다, 라는 루머가 돌기 시작했다.


'아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비욘세를 부인으로 두고 뭐가 아쉬워 바람을 펴????????'





사진 출처, 비욘세 인스타그램




'레모네이드'


며칠 전 미국 HBO채널을 통해 비욘세가 Visual Album을 냈다.

앨범의 제목은 'Lemonade(레모네이드)'다.

(현재는 타이달(Tidal)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고 다음 달에 정식 CD와 모든 음악 스트리밍을 통해 들을 수 있다고 알고 있어요. 한국은 어떨지 잘 모르겠네요.)




"You can taste the dishonesty."



여자는 자신의 love of her life가 바람을 피고 있단 생각을 하면서 시작된다.

이 앨범은 비욘세 자신이 남편인 제이지의 외도를 겪으면서 느낀 감정들의 변화, 이 사건으로 인한 두 사람의 관계의 변화 등을 이야기한다.



원래 철저한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자신이 임신했던 모습 조차 대중들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궁극의 디바로서, 자신의 치부를 그렇게 악랄할 정도로 솔직하게 보여주리라고는,

그리고 그것을 뮤직비디오의 시각효과, 패션, 가사를 비롯한, 앨범 12곡 속에 골고루 들어있는 모든 장르의 음악,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의 가장 완벽한 파괴적이고 동시에 평화로운 조화를 만들어 낸 것이,

그리고 그것들을 너무나 모두 비욘세 답게 조형해냈다는 것이


그간은 앨범 판매를 위한 음악들을 만들어 팔려고 하는 가수로 보였다면 이번엔 정말 훌륭한 예술가답게, 돈도 남의 평가도 신경 쓰지 않고 정말 속에서 나오는 모든 감정들을 음악에 쏟아부은 것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 낸 것이,


너무 좋았다.


마치 프리다 칼로의 페인팅을 보고 있는 것처럼

슬펐지만 생동적이었고, 깊었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아직 이 앨범을 접하지 못하는 한국분들을 위해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을게요. 직접 보시는 게 더 좋은 감동을 줄 수 있을 거 같아서요!)



이 앨범의 12곡의 트랙 중에 10번째인 'freedom'이란 곡의 마지막에,

제이지의 할머니인 해티 화이트가 그녀의 90번째 생일파티에서 말한 것을 들을 수 있는데 그녀는 얘기한다.



I had my ups and downs, but I always find the inner strength to pull myself up.
I was served lemons, but I made lemonade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하고, 서로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하고, 결혼을 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가족을 만들고, 이제는 그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의무감을 지고 사는 것은..



어렵다.

그리고 이런 모든 혼돈 속에서 평화를 유지하고 자신을 잃지 않는 것도 어렵다.



결혼 후에 찾아오는 생각보다 많은 속박, 예고하지 않았던 서로 간의 충돌, 전혀 연애할 때 같지 않은 현실과 달콤도 새콤도 하지 않은 평범한 일상이 돼버린 파트너에 대한 실망감, 시간이 갈수록 사랑보다 더 중요해지는 혹은 더 무거워지는 현실에 대한 구속 감은 아마 제이지와 비욘세든, 나와 내 아이들의 아빠이든, 결혼해 사는 다른 모든 사람들이 모두 조금씩은, 혹은 많이 느끼는 감정들이다.

그렇지만 그것을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극복해 나가고, 어떻게 계속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지는 자신의, 우리 모두 개인의 몫이다.







레몬은 정말 신 과일이다.

그 향과 그 신 맛은 과히 독보적이어서, 베이킹에도 쓰고 음식 위에 가니쉬로도 올리고 음식의 산도를 올리는 데 쓰기도 하고 비린 맛을 잡을 때도 쓰고 청소할 때도 쓰고 절여서도 먹고 심지어는 향수로도 쓴다.


레몬 자체로는 너무 셔서 그것만 혼자 먹기엔 부담스럽지만 이것이 무언가에 섞이면 레몬 본연의 맛이 더 확 증가하면서, 오히려 레몬을 첨가한 음식의 깊이와 무게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켜준다.





사랑은 레몬 같은 것이다.

그리고 이것의 즙을 짜, 설탕을 섞어 레모네이드를 만들지,

베이킹 소다와 섞어 청소용품을 만들지,

상큼하고 가벼운 레몬쿠키를 만들지,

베샤멜소스가 들어간 무거운 소스에 산도를 올릴지,

꿀을 약간 섞어 감기에 걸렸을 때 차를 끓여 먹을지는 다 우리의 몫이다.




But I can tell you one more thing about lemon.

When life gives you a lemon, you can make lemonade.

But if you're smart enough,

you take seeds out, dry them, put them on soil to grow your own, 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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