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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울 Jul 28. 2022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세가지 방법

삶의 재발견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세가지 방법


첫째, 과거나 미래는 생각하지 않기


과거를 생각하면 후회고,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이다. 과거나 미래는 생각하지 않으면 현재에 살게 된다.



둘째, 다른 사람들에게 이끌려 살지 말기


다른 사람에게 이끌려 살면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주체가 그가 된. 다른 사람에게 이끌려 산다는 것은 여러 의미가 있다. 그의 의지에 맞춰 사는 것, 눈치 보는 것, 혹은 욕하고 원망하는 것도 포함된다.

내가 산다는 것은 내가 사는 지금에 오롯이 내가 책임지는 것이다. 그래서 남 눈치 볼 일도 남을 욕할 일도 없다.



셋째, 거짓과 진실을 구별하기


이 세상에서 내가 원하는 욕구는 너무나 다양하다. 그러한 욕구도 우선순위가 있을뿐더러 무엇보다 진실과 거짓이 있다. 먹어도 배가 고픈 허기짐의 원인은 음식을 먹지 못해서가 아니라 외로움이라던지. 혹은 자꾸만 성취해야 기쁜 이유가 자존감이 현저히 부족해서라던지. 그럴 때는 외적인 일에 집착하는 것보다 내 안의 진짜 욕구를 채워줘야 한다.



이 밖에도 지금 이 순간을 사는 방법은 찾아보면 다양하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방법은 그렇다.






어제는 길을 걷다 서점에 들렀다. 아이와 함께 들른 서점에서 아이는 갑자기 핸드폰으로 보고 싶은 것좀 보자고 때를 썼다. 서점에 들러 이것저것 구경하고 싶던 내 일정에 혼란이 왔다. 아이는 서점에 들르면 엄마가 분명 오래 걸릴 거라는 것을 알았다. 나도 그냥 좀 보여주면 되는 것을. 내 교육관의 일관성을 위해서, 때를 쓴다고 다 된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나도 버텼다. 그리고 결국 그 어떤 책도, 어떤 발견도 없이 오랜만에 들른 서점에서 빠져나와야 했다. 서점에서 나온 나는 기분이 나빠졌다.


아이에게 조금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런데 서점에서 나온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기분이 밝아져 앞을 향해 전력 질주했다. 그런 아이의 모습에 나도 기분이 풀렸다. 그래. 아이에게는 답답할 수 있지. 아이는 참 거짓이 없다. 그런 척하지 않는다. 힘들어도 안 힘든 척, 재미없어도 재미있는 척, 슬퍼도 안 슬픈 척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아이와 함께 있으면서 '척'하지 않는 법을 배운다.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환경에서 자유롭다. 그리고 행복하다. 나도 아이와 함께 있는 지금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마음을 바꿨다. 사실 아이와 나온 외출이니만큼 아이가 행복한 게 우선이다. 엄마는 그렇다. 서점을 누리는 사치는 누리지 못했지만 나는 잠깐 동안이나마 서점에 올라온 책의 표지들을 훑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나는 좋은 것만 남기기로 했다. 굳어질 뻔했던 가슴이 말랑말랑해졌다.



좋은 것만 남기기로 하면 딱딱하게 굳어진
내 마음도 말랑말랑해진다.



살다 보면 싫은 것과 마주친다. 내가 원치 않은 일도 생긴다. 누군가 아프고, 누군가와 다투고, 누군가로부터 배신도 당한다. 그러나 괜찮다. 그 안에서 나는 좋은 것만 남긴다. 다른 건 다 껍데기다. 그 껍데기 안에 작은 알맹이는 언제나 깨끗하고 아름답다.

그 아무리 추한 일들에서도 우리는 그 일들에서 얻는 지혜가 있다. 그것만 간직하면 된다는게 내 생각이다.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우리는 겉으로 보이는 일이 다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현재를 사는 일이 쓰나미처럼 지나가는 온갖 경험들을 마주하며 그 경험 안에서 쓸려버리지 않는 오직 하나 귀한 진주들을 알알이 줍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아프지만 아프지 않다. 그래서 나는 상처받지만 상처받지 않는다.



어떤 책에서 그렇게 말했다.



우리는 결국 이 많은 생의 경험들을 통해 단 하나의 진실을 발견한다.
그건 바로 이 경험들 모두가 나의 인격을 성장하기 위함이라는 진실이다.



어른이 되어가는 길에서 나는 오직 하나 깎고 다듬어야 할 것은 바로 내 명예나, 성취나, 가시적인 안정이 아닌 나의 인격임을. 그 길에서 나는 오롯이 현재를 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곤 한다.


가끔이지만 아이와 서점에 들르는 짦은 순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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