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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레워홀러 Dec 21. 2018

칠레까지 30시간의 비행, 그 머나먼 곳으로 떠난 용기

서른 살에 떠난 칠레 워킹홀리데이3. 용기



주저하거나 두려워 말고 즐겁게, 확신에 찬 발걸음을 내디뎌라. 
한 걸음 한 걸음 더불어 나아갈 때마다 동반자들이 함께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우리를 도울 것이다. 

그러나 적이 우리를 주시하고 있음을, 
우리가 굳건할 때와 두려움에 떨 때를 알아본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긴장되면 숨을 깊이 들이쉬고, 평정을 되찾을 수 있다고 믿으라. 
그러면 불가해한 기적을 통해 우리의 내면은 고요함으로 가득 차오를 것이다.

- 파울로 코엘류 -




 20170220 D-DAY 출국 12시간 전

     매번 떠나기 전, 일기를 남겨놓으면 심정은 다 비슷하다. 떨리거나, 실감 나지 않거나 혹은 둘 다 이거나. 

짐도 빼놔 더 헛헛해진 자취방에서 혼자 외로움에 사무칠 뻔했지만, 지인들의 전화 한 두 통과 ‘가서 영상 어떻게 재밌게 찍지?’라는 고민에 금세 시간은 흐른다. 그렇게 아득해 보였던 D-DAY. 매번 떠나기 직전은 심장이 쪼그라들 만큼 떨린다.


  우연하게 집어 든 코엘료의 책에서 그가 나에게 말했다. 긴장하지 말란다. 그리고 그 결정을 하게 된 과정을 곱씹어 보란다. 아, 그렇지. 내가 이 선택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 속에서 선택했는지. 하마터면 모든 걸 잊어버리고 ‘괜히..’라며 도망갈 뻔했다.          


결정을 내리는 순간에는 긴장을 풀고 그 순간까지 이르게 한 모든 단계를 마음속으로 돌이켜보라.
하지만 그러느라 긴장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머릿속으로 모든 걸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 파울로 코엘류 -     


모든 걸 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욕심이 컸던 듯하다. 매번 엎어지고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또다시 비슷한 실수를 번복하기도 한다. 타인을 미워하게 하는 경우도 그 사람에게서 내가 가진 단점을 발견했을 때고, 내 단점을 인정하면서도 매번 변화에 실패했을 때, 화가 나기도 한다. 깨닫고 반성하고 고쳤다고 생각했지만, 완전히 바뀌긴 쉽지 않다. 하지만 조금씩 깨닫고 앞으로 나아가면,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이라도 낫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내 인생은 한 번뿐이니까. 부디 이번 여행길에서 조금 더 행복해지길.






어서 와, 지구 반대편은 처음이지?

  장장 30시간의 비행은, 지구 반대편으로 향하는 나의 마음을 두렵게도, 혹은 설레게도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어느 순간에 도달하니 시간과 공간의 개념은 사라졌고 꼬리뼈가 아파 잠을 뒤척일 때쯤, 우연찮게 옆자리에 동행하게 된 칠레인 부부와 말을 섞게 되었다. 라스트콜을 받고 가까스로 비행기에 탑승에 내 옆에 다이빙하듯 쓰러진 두 사람에게 가까스로 용기를 내 축하한다는 의미로 씩 웃었던가. 그때 마음만은 이미 칠레인이 다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구 반대편으로 향하는 길

  

아는 단어를 총동원해 칠레를 극찬하며 친분을 쌓았다. 그렇게 (제대로) 배우고 싶었던 볼 뽀뽀(beso)도 배우고, 산티아고로 향하는 내내 턱이 아플 정도로 이야기했다.  그러자 창문 너머로 점점 도시의 불빛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안녕, 산티아고. 왠지 시작부터 기분이 좋았다. 늘 떠나기 직전까지 온 불안이 나를 감싸지만, 막상 한 발짝 내딛으며 현실로 받아들이면 결국은 그 모든 것들은 허상이 된다. 



2017년 2월 21일, 그렇게 난 산티아고와 처음 만났다. 사실 칠레에 대해서 아는 거라곤 많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곳을 선택했던 건, 유일하게 워홀 국으로 체결된 스페인어권 국가라는 것, 내가 가고 싶었던 남미 국가들이 인접해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아니면 평생 가지 못 할 그런 곳이라는 어렴풋한 확신. 사실 그 이상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의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칠레행 비행기에 커다란 짐 2개와 몸을 싣었다. 






나의 첫 보금자리

산티아고 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택시 아저씨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유유히 즐기며 공항 밖으로 빠져나왔다. 4,5번 출구 salida 사이로 파란 버스가 보였고, 1,800페소에 다양한 칠레 사람들과 시내로 진입했고,  중간 종점 같은 LOS HEROES역에 하차했다. 

내가 정말 이 곳에 와 있는 걸까.라는 호사스러운 기분을 느끼기엔 내 배낭은 너무 컸고, 혹시라도 도둑을 만날까 노심초사했다. 그렇게 가방을 붙들어 매고 2호선 CERRO BLANCO역에 무사히 내렸다. 모든 게 긴장의 연속.


예쁜 노란색 대문이 나를 환하게 반겨줬다


그렇게 어리둥절 숙소에 도착하니 친절한 주인 누나 목소리가 마치 오래전 만나 재회한 사람처럼 반겨줬다. 처음 만난 사람의 경계심을 무너뜨리는 누나 특유의 매력이랄까. 그 톤 높은 인사 하나에 마음이 꽤나 놓였다. 사실 난 이 곳에서 몇 개월을 머물 생각이었다. 다른 나라에서 산다는 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도전이자, 걱정거리였는데 숙소를 가서 정해야지 하는 안일한 생각 자체가 나를 더 힘들게 했다. 그래서 무엇보다 먼저 내 몸 누일 곳을 찾았더랬다. 그렇게 산티아고에 있는 모든 한인 민박을 뒤져 '저는 칠레로 향하는 워홀러입니다. 귀하의 민박집에서 머물며 열심히 홍보하고 일할 테니 재워주세요.'라고 보냈다. 마침 누나에게 워홀러는 내가 처음이었고, 그간 준비하며 만들었던 블로그와 카페에 대한 꿈을 한껏 부풀리며 앞으로 오는 워홀러들에게 민박집을 적극 알리는 열혈 홍보대사가 되겠노라 다짐했더랬다. 그렇게 2달 여 숙박을 해결하며 첫 까사 아르볼 공식 매니저가 되었다. 







TIP. 산티아고에서 집 구하기

산티아고에서 집을 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셰어 룸을 구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 외에도 에어비엔비를 찾거나 현지 장기 호스텔 등이 있다. 지역마다 상이하나 기본 20만 페소 ~ 40만 페소가 적당하다(방 한 칸 기준) 일반적인 셰어 룸을 구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웹사이트를 통해 발품 파는 것

Compartodepto : 사이트 내에서 집주인이 가격하고 방 사진을 올려놓고, 조건을 제시하면, 메시지를 주고받아 방문 일자를 잡는다.
Roomate and Flat Finder Santiago :  페이스북 이용자들끼리 자신들의 방 사진을 내놓거나, 아니면 방을 구한다고 이야기하면 메시지가 온다.

2. 현지 부동산에 예산과 원하는 것들을 요구하고 함께 구하러 다니는 것

가장 쉽고 빠르며 리스크가 적은 방법이지만, 복비가 존재한다는 단점이 있다.                                     



지역별로 분류해보면,

자료 출처 : 네이버 블로그 '젊은 날의 기록'

                                                           

1. Recoleta: 산티아고 한인타운, Patronato가 있고 그 옆에 Bellavista라는 대학가가 있는 곳. 한인 상권과 바와 클럽들이 밀집해있지만 치안이 정말 안 좋으며, 특히나 저녁에는 위험하다. 주로 이민자 거주 지역이며 방값은 싼 편.
2. Santiago : 아르마스 광장 있는 쪽으로 마찬가지로 가장 중심가에 속한다.
3. Las Condes:  한국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Las condes에는 Kotra부터 한국 기업들도 다 이쪽 Manquehue역에 위치해 있다. 안전한 대신다만 집 가격이 너무나 비싼 편이며 레콜레타와 다른 세상에 속한다.
4. Providencia: Tobalaba라는 중심지에 코스타네라 센터가 가깝고, 주요 일자리가 몰려있는 곳으로 Las condes와 집값이 비슷하다.
5. Ñuñoa: 프로비덴시아랑 비슷한 주거지역이며 큰 마트들이 상주해 편리하다.
6. Estación Central: 중앙 시장이 있으며 레콜레타 빠뜨로 나 또 시장과 에스따 씨온 센트랄 두 곳이 가장 큰 곳으로 여기에도 학교가 몰려있고! 숙소도 비교적 싸게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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