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기애애 존중반, 꿈은 원대하게 시작은 어색하게
화기애애 존중반은 내가 정한 우리 반 학급명이다. 나는 교직 첫해부터 학급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고 싶어 ‘화기애애 00반’으로 이름 짓고 있다. 그 이유는 나의 학창 시절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하나는 고등학교 학창 시절이고 다른 하나는 대학교 학창 시절(?)이다.
고등학교 시절을 되돌아봤을 때 학급 분위기가 화기애애했을 때 친구 관계도 좋았고 그 안정된 분위기 안에서 공부도 열심히 할 수 있었다. 화기애애한 반이 계속 유지되어 한 해가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그 때문에 나 역시 선생님이 되어서 나를 만나는 우리 반 학생들도 그런 행복한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는 마음에 이렇게 이름을 지었다. 또 대학교 학창 시절에도 영향을 받았는데 바로 교대 시절에 교육심리 강의에서 배운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5단계 이론’이다.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사람은 가장 기초적인 욕구부터 채워야 그다음 단계를 충족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 단계를 5단계로 명명했는데 사람은 생리적 욕구를 맨 먼저 채우려고 하고 그 이후에 안전해지려는 욕구를, 그다음에는 사랑과 소속 욕구, 존경 욕구, 자아실현 욕구 순서대로 만족하려 한다는 것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학급이 학교폭력 없이 화기애애한 반이 되어야 즉, 안전한 반이 되어야 그 이후에 소속 욕구도 생기고 배움을 위해 여과 없이 나아갈 수 있다고 보았다. 즉, 화기애애한 분위기여야만 자아실현 욕구도 생긴다고 보았다. 그래서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심리학 이론을 덧대어 교직생활에서 기본적으로 화기애애한 반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해 2021에 만난 아이들과도 어김없이 화기애애 존중반을 만들었다. (우리 학교는 기본적인 1, 2, 3 등의 반을 사용하지 않고 가치 단어를 반의 이름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나의 이런 원대한 꿈에 비해 시작은 매우 어색하게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건 개학식이 온라인 원격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처음 본 아이들과 컴퓨터 화면을 하나씩 두고 만나 ‘우리 반은 앞으로 화기애애 존중반이 될 거야.’라고 말하는 게 얼마나 어색하던지.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반 아이들이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기대하는 눈빛을 보내주어 얼마나 고마웠던지가 생각난다. 그때 올 한 해는 작년처럼 시행착오를 겪지 말고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내가 정말 잘해서 이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하나뿐인 2021년을 행복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선생님이 잘할게. 우리 화기애애하게 한 해 보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