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때부터 매년 드리는 거니 부담은 갖지 마세요
“선생님, 여기요.”
처음 만나는 날 하교 시간, 다른 아이들은 인사 후 교실 밖을 바쁘게 나가는데 아연이(가명)가 쭈뼛쭈뼛 나오더니 조그마한 손 사이로 쪽지와 휴지로 접은 학을 주었다. 첫날 이런 선물을 받게 되어 감격스러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눈이 하트가 되었나 보다. 그런 다소 부담스러운 눈빛 듬뿍 받은 표정을 아연이가 읽곤 곧바로 ‘1학년 때부터 매년 첫날 담임선생님께 드리는 거예요. 부담 갖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유유히 교실 밖으로 사라졌다. 뭔가 나보다 더 성숙한 느낌(?)이 들었지만 여전히 감동 속을 유영하며 재빨리 아연이가 준 쪽지를 펼쳐 들었다.
선생님의게
선생님~ 이 학은 휴지 한장이에요. 휴지는 너무 얇아서 종이접기로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종이예요. 이런 학이 휴지로 만들었다는 것은 교훈 두 개를 제가 숨겨 두었어요. 하나는 연약한 사람이라도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교훈이고 마지막 하나는 하찮은 것이라도 예쁜게 될 수 있다는 교훈이에요. 부담은 갖지 마세요. 1학년 선생님부터 지금까지 종이를 통해서 편지와 선물을 드렸으니까요.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요. 내일봐요.
2021년 3월 3일 수요일 -유아연 올림-
어… 편지를 읽기 전 나의 감동은 바다를 향하는 강줄기였다. 지금은 이미 흐르고 흘러 광활한 바다에 다달았다. 파도에 맞아 주저앉은 나는 정신 차리며 ‘이게 초등학교 4학년의 글이라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4학년이 아니라 이건 인생 4회 차 아이의 글이었다. 오직 인간미 넘치게 ‘선생님에게(선생님께)’를 ‘선생님의게’라고 잘못 표기한 것만이 이 아이가 아직 열한 살이라는 걸 증명해주었다. 학교에서 만난 첫날부터 내가 아연이에게 인생에 대해 배웠다. 열한 살 나이에도 벌써 인생을 깨친 아이가 있다는 게 신기했으며 철학자는 꼭 책 속에서만 찾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선생님이 열심히 배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