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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더 스리랑카

ep.18

by 채민주

올해는 스리랑카로 시작해서 스리랑카로 끝나는 해가 될 예정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서핑을 하러 스리랑카에 갔던 올해 1월. 팜서프 서핑 캠프에서의 2주 남짓한 시간은 서핑과 스리랑카라는 나라에 빠져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누군가에는 긴 일정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너무 순식간이었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 아쉬움이 컸고,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오겠다고 생각했다. 배달의 민족처럼 리뷰를 쓸 수 있다면 별 다섯 개를 줄만한 재방문 의사 100%. 이것이 스리랑카에 대한 나의 후기다.


그렇게 비행기표를 예매했고 출국날은 성큼 다가왔다. 한 번 다녀온 곳이지만 처음 갈 때보다 훨씬 많은 걱정이 앞섰다. 저번에는 인천공항에서부터 함께 가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나 혼자 가야 했기 때문이다.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불안 지수가 치솟았지만 이제 와서 무를 순 없으니 어지러운 마음을 잘 달래 가며 여행 준비를 했다.

다행히 결론적으로 아무런 변수 없이 무사히 도착했다. 걱정한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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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보 공항까지 8시간 정도의 비행이었고 내 옆자리에는 50대로 보이는 스리랑카 아저씨가 앉았다. 기내식으로 나온 브라우니를 더 먹지 않겠냐 묻기도 하고, 물을 흘리니까 휴지를 건네주기도 했던 상당히 젠틀한 아저씨였다. 분명 내게 이름을 알려줬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외국인들 이름은 외우기가 왜이리 힘든지 모르겠다.


비행기에서 내리니까 습한 공기가 훅 느껴져 입고 있던 겉옷을 얼른 벗었다. 입국 심사(라기엔 여권만 보여주고 끝이었지만)는 빠르게 거치고 짐을 한참 기다려서 찾았다. 컨베이어 벨트 맨 앞에서 기다렸는데 커튼 사이로 직원들이 캐리어를 냅다 던지는 게 다 보였다. 스리랑카에서 타려고 최근에 중고 보드를 사서 챙겨 왔는데 혹시나 반으로 갈라진 모습을 마주하는 게 아닌가 가슴을 졸였다.


밖으로 나오니 ‘Palm Surf’ 글자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는 나스미를 만났다! 나스미는 몇 년 전부터 캠프를 하는 동안 필요한 식사, 툭툭이, 환전 등등을 도와주고 있는 현지인이고, 공항에서 숙소까지 픽업을 해주러 온 것이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기도 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에 마음이 든든해졌다.

보드를 차 위에 놓고 끈으로 묶어야 하는데 잘 묶이지가 않아 차 안에 넣어서 왔다. 차가 그렇게 크지 않아서 목이 꺾인 채 왔지만 아무렴 어떤가. 무사히 올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2시간을 달려서 숙소에 도착했다. 피곤해서 정신이 없었다. 저녁도 못 먹어서 배는 고팠지만 수면욕이 식욕을 이겼다. 간단히 짐을 풀고 보드 포장을 풀었다. 그런데 세상에 세 군데나 깨져있는 게 아닌가. 요령이 없는 탓에 바깥에서 1시간 30분 동안 오들오들 떨면서 열심히 쌌는데… 수리를 맡겨야 할 정도라 며칠간 보드는 렌탈하기로 했다.


1년 만에 다시 찾은 스리랑카. 이번에는 얼마나 새카맣게 탈지, 서핑 실력은 늘 수 있을지, 어떤 사람들을 만날지, 어떤 일들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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