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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무엇인가

by 채민주

어렸을 때부터 문득 '오늘 내가 죽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은데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린다면 너무나 억울할 것 같았다. 죽음이 무서웠고, 죽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내가 애써 지우려했던 죽음이라는 화두를 마주볼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그때부터 죽음은 나에게 조금씩 조금씩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질문을 가지고 사람과 책과 영화를 만났다. 생전장례식도 해봤다. 그렇게 죽음을 생각하기 시작한지 2년 반 정도 지난 지금은 죽음을 주제로 여러 활동을 하는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죽음을 놓지 않고 계속 옆에 두고 있을 때 일어나게 된 일들을 하나씩 풀어보려고 한다.


어디서나 다 똑같이 인간은 던져진 존재이고 죽음은 생명의 본질이란 얘기를 한다.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죽고 죽음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책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는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삶의 완성이라고 말한다. 이야기도 결말에 따라 내용이 바뀌듯이 죽음도 똑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젊을수록 깊이 있게 죽음의 의미를 사유하고 잘 죽을 준비를 하라고 한다. 처음에는 '죽기 싫다'로 시작해서 '잘 죽을 준비를 해야한다'는 결론이 났다. 하지만 여기서 또 다른 질문이 생겼다. 잘 죽을 준비란 무엇인가?


누군가는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는 삶을 사는 게 잘 죽는 것이라 했다. 그렇다면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는 삶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여한이 없으려면 후회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야 할 수 있는 일들도 많고, 무엇을 이룰 때 기간이 오래 걸리는 일도 많다. 죽어도 여한이 없으려면 한 20년은 지나야 가능하다. 아니 20년도 짧다. 만약 도달하고 싶은 목표로 나아가는 과정 중에 죽어버린다면... 많이 억울할 것 같다.


그래서 일단 어떻게 죽고 싶은지,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는지 등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죽음에 대해 사유하다 보면 여한이 없는 삶, 잘 죽을 준비에 대한 나만의 기준이 생길 거라 믿는다.


- 2020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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