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제8장 : 죽음에 관한 두 가지 놀라운 주장
:: “나는 결코 죽지 않는다” ::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내가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고 믿고 있을까? 나는 30년 뒤에 죽을 수도, 일주일 뒤에 죽을 수도, 당장 오늘 집 가는 길에 죽을 수도 있다.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사실은 믿고 있지 않았던 거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착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냥 잠깐 그러고 말았다. 그렇게 다시 일주일이 지나고, 이 책을 읽는데 저번주에 스스로 했었던 질문과 똑같은 내용이 나왔다.
사람들은 자신이 죽을 거라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극적으로 살아난 사람들은 죽음이 내 앞에 와있다는 걸 인식하고 인생의 우선순위를 바꿔 더 가치있는 것, 더 소중한 것, 더 행복한 것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반대로 일반적인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죽는다는 걸 믿고 있다고 하지만 앞에 소개했던 사람들처럼 살아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자신이 절대 죽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있다. 솔직히 내가 오늘 당장 죽을 수도 있다는 얘기는 잘 와닿지 않는다. 말그대로 죽을 ‘수도’ 있는 거니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나는 18년을 살아왔으니 적어도 앞으로 18년 정도는 멀쩡하게 살아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미루고 미룬다. 죽기 전 하고 싶은 일들은 보통 좋고, 재밌고,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이다. 예를들어 번지점프 하기, 부모님께 효도하기, 친구들과 여행가기, 최고급 뷔페 가기 등이다. 이런 것들을 챙기면서 살면 보다 더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런데 나는 왜 그걸 계속 미루고 있을까?
내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아서가 아닐까 싶다. 내가 진정 하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건 무엇인지, 이런 걸 어떻게 하면 충족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실행해야 하는데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인 태도로 살고 있지는 않은가. 다들 삶을 소중하게 여긴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의심해볼만한하다. 만약 진심으로 삶의 유한성을 인식하고 있다면 나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그 책임을 지는 일은 별 것도 아닐 것이다.
내가 언제든 죽을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으면 오늘 내가 학교를 빠지고 자전거를 타러 가는 것 정도의 책임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하지만 내가 죽을거라고 믿고 있지 않기 때문에 책임을 두려워한다.
그렇다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 수만은 없다. 물론 하고 싶은대로 다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면 상관이 없지만 그렇게 하면 책임이 너무 커진다. 책임을 지기 싫으니 하기 싫은 것도 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르고 어떻게 죽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때로는 삶은 한 번뿐이라는 걸, 죽음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는 걸 잊고 살아간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그 균형을 맞추는 방법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