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ay : 다들 한 번쯤은 죽었다 깨어나 보기를
드디어 생전 장례 전시회를 하는 날이 되었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커튼 뒤에 들어가 있었다. 한 명씩 한 명씩 전시장으로 들어왔고 아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오는 줄 몰랐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혹시라도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릴까 정말 죽은 듯이 누워있었다. 오랜만인 사람들이 찾아왔을 때는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가서 얼굴 한번 보고 싶었고 짧은 대화라도 나누고 싶었다. 음악 소리가 섞이기도 했고, 중간중간 깜빡 잠도 들어서 누가 누군지 엄청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슬며시 웃는 사람, 가만히 살피는 사람, 훌쩍이는 사람 여러 사람들이 다녀갔다.
끝나고 전해들은 이야기로는 지나가다가 궁금해서 온 사람들도 있었고, 그중에는 정말 죽은 줄 알았다가 다행히 오해를 풀고 간 사람도, 프로젝트라고 해서 가볍게 왔다가 많은 눈물을 흘리고 간 사람들도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토요일, 일요일 이틀 동안의 장례식을 끝마쳤다. 장례식장에서 사람들이 진지하게 서있는 모습을 보고, 수많은 편지들과 방명록, 영상편지까지 보고 나니 마음이 이상했다. 나는 삶과 죽음을 알기 위해 장례식을 했는데 전혀 생각지도 않은 ‘사람’이라는 키워드가 둥실 떠올랐다. 정말 소중한 존재들이었는데 그 존재들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삶과 죽음 사이에 사람이 빠져있는 건 가능하지 않다. 어쩌면 삶 속에 사람이 공존하는 것일지도. 어디선가 들었다. ‘삶’이라는 단어는 ‘사람’이라는 두 글자가 한 글자로 합쳐진 거라고. 이제야 그 의미를 알았다. 삶은 사람으로 시작되어 사람들 속에서 살다가 사람의 곁을 떠나며, 삶은 그렇게 끝이 난다. 잊고 있었다. 모르고 있었다. 내 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는지. 그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인지. 그들로 인해 내가, 나의 삶이 존재한다는 것을. 살아가다 보면 이 기억의 색이 점차 빠질 거라는 것을 안다. 그래도 괜찮다. 어느 날 문득 빛바랜 기억이 떠오르는 날이 있을 거라는 것도 알기에.
이번 생전 장례식을 해보면서 다음에 무언가를 기획할 때 신경 써야겠다는 점이 생겼다. 모든 사람들이 제약 없이 즐기고, 참여하고, 보고, 들을 수 있는 기획이 필요하다. 사실 이번 나의 생전 장례식은 계단을 오르기 힘든 사람들은 올라오지 못하는 구조였고,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 소리가 들리지 않는 사람, 어린아이들을 고려하지 않았다. 세상의 문턱을 없앨 수 있는 사람들이 나서서 문턱을 낮추고, 없애야 한다. 그래서 다음에 어떤 기획을 할 때에는 훨씬 머리 아프고, 귀찮고, 힘들겠지만 모두를 생각하며 누구도 배제 받지 않도록 하는 기획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알차게 얻어 갔다. 이 경험은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이고, 내가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 꽤나 큰 영향을 줬을 것이다. 앞으로도 삶, 죽음, 사람 가장 중요한 단어들을 잊지 않도록 노력하고 한 번 사는 인생 멋지게 살다 가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