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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주 Jan 29. 2024

스리랑카 서핑 여행 15

마지막 밤

오전에 피셔맨으로 서핑을 하러 갔지만 파도가 전보다 커져서 그런지 잘 타지지 않았다. 그래도 몇 번 재밌게 타고, 힘이 쪽 빠진 채로 들어왔다. 점심은 7시간이었나 무튼 오래 끓인 비프 수프와 바삭하게 구운 빵, 찐 카사바, 코코넛 가루, 두리안 씨를 갈아 넣은 주스를 먹었다. 서핑 끝나고 먹는 음식은 뭔들 안 맛있겠냐만 스리랑카에서 먹은 모든 점심은 최고였다.


오후 서핑은 웰리가마로 갔다. 애플이 같이 서핑을 하자며 먼저 바다에 들어가래서 들어가 있었지만 사람 많은 웰리가마에서 서로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얘를 찾기까지 기다렸다가는 내 체력이 바닥날 것 같아서 밖으로 나왔다.


내일 아침이 마지막 서핑인데 혹시 웰리가마로 오지 못할 수도 있어 미리 인사를 하러 션네 서핑샵으로 갔다. 오늘이 스리랑카에서의 마지막 밤이라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게 너무 슬프다고 징징거리니까 다들 자기도 슬프다며 맞장구를 쳐줬다. 리욘은 저녁에 별 다른 약속이 없으면 같이 카페를 갈 수 있냐고 내게 물었다.  


며칠 전 바다에서 나보고 결혼을 하자던 스리랑카인은 션네 바로 옆 서핑샵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지나가던 날 봤는지 큰소리로 부르길래 갔더니 그날 이후로 계속 기다렸다며 플러팅을 해댔다. 나 내일 한국 가는데 어떡할거냐 얘기를 해줬는데 그 남자는 그러면 맥주 한 잔 할 수 있냐고 물어보는 게 아닌가. 아이고 바쁘다 바빠. 하지만 이름도 모르는 사람과 무작정 약속을 잡을 정도로 내 배짱은 두둑하지 않았다.


리욘과 카페에 가는 대신 맥주를 마시기로 해서 저녁 밥을 먹고 숙소에서 기다리는 중이였다. 애플에게 영상 통화가 걸려와서 통화를 하다가 바로 리욘을 만나러 나갔는데 기분이 묘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어장관리하는 것 같아서 이상한 죄책감이 들었달까. 어쨌거나 리욘과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으로 스리랑카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벌써 내일 한국으로 돌아간다니. 시간이 어떻게 이리도 빨리 지나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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