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6
웰리가마로 마지막 날 오전 서핑을 하러 갔다. 친절한 파도였다. 스리랑카의 파도를 한동안 못 탄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에 3시간 넘게 서핑을 했던 것 같다. 혼자 타고 있다보니까 같이 지내는 서핑샵 사장님들도 바다에 들어오셨다. 어떤 파도가 좋은 파도인지, 가야할 방향이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천천히 패들링을 해야하는지 빠르게 해야하는지 등등 옆에서 계속 알려주셨다. 덕분에 새로운 것도 배우고, 파도도 많이 잡아탈 수 있었다.
션 동생 바완과 바완 친구도 만나서 같이 모여있으니 재미가 배로 늘었다. 내가 파도 잡는 걸 도와주기도 했다. 귀엽게 생겼지만 서핑하는 걸 보면 어린 아이 같지 않고 멋있었다. 고작 초등학생이면서 배에 복근이 다 있고 장난아니다.
아, 서핑 보드에 개를 올려두고 서핑을 하는 사람도 봤다.
션 서핑샵으로 가서 작별 인사를 하고 왔다. 이 바다와 너희들이 그리울 거라며, 꼭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했다. 션이랑 둘이 사진을 찍은 적이 없어서 같이 사진을 찍고, 션이 서핑샵 리뷰를 쓰라고 의자에 앉혀놔서 ‘강사님이 친절하고 코코넛이 맛있어요’라는 내용을 100 글자로 채워 써줬다.
그리고 스리랑카에서 먹어본 주스 중에 단연코 최고였던 웰리가마의 음료 가게에서 망고 주스를 사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바다로, 바다에서 집으로 올 때 툭툭이로 데려다주고 데리러 와준 멋쟁이 나스한과도 인사를 했다. 무뚝뚝해 보여도 ‘굿모닝’ 혹은 ‘굿나잇’이라 먼저 웃으며 말을 걸 때면 똑같이 웃음으로 대답해주던 나스한이었다. 인스타그램은 안 하고 페이스북만 한다고 해서 소식을 알기 힘들다는 게 아쉽지만. 스리랑카에 다시 왔을 때 여전히 블링블링한 목걸이와 시계를 차고 있는 나스한을 보기를 기다릴 것이다.
애플과의 인사는 공항으로 가는 차가 오기를 기다릴 때 했다. 매번 약속에 늦던 애라 이번에는 늦으면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했더니 처음으로 일찍 왔다. 방에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데 거실에서 ‘자기가 마음이 다 아프다’ ‘슬퍼서 어떡하냐’ 같은 어른들의 말소리가 들려오고, 열려있는 방문 틈 사이로 눈이 마주칠 때마다 웃음이 터져나오는 걸 참느라 힘들었다. 게다가 마당에서 둘이 서있는 사진을 찍어주는데 한 분도 빠짐없이 우르르 나와서 구경을 하는 모습에 너무 부끄럽고 부담스러워서 (애플에게는 미안하지만) 슬플 겨를이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다음에 꼭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스리랑카에서 내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준 애플과도 인사를 나눴다.
출발하기 전에 남은 돈을 사용하기 위해 마트로 갔다. 안 그래도 우유 과자를 좋아하는 편인데 스리랑카 우유 과자가 정말 맛있어서 잔뜩 챙겼다. 한국에서 올 때 짐을 최대한 가볍게 챙겼더니 9kg이 나왔었다. (너무 가벼운 무게라 도대체 뭘 챙겨오긴 한거냐는 소리도 들었다.) 그런데 공항에서 캐리어 무게를 재보니 올 때보다 5kg이 늘어있었다. 가뜩이나 스리랑카에서 얻어가는 것이 많은데 캐리어 무게까지 늘어서 든든하게 가는구나 싶었다.
18박 19일. 절대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눈 깜짝 할 새 시간은 지나갔고, 한국에서 스리랑카에 올 때와 똑같이 하루를 꼬박 써서 한국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