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이 붙든 하루의 기록
요즘 화제인 청룡영화에서의 박정민과 화사의 무대.
나 역시 그 현상에 갇힌 사람 중 한 명이다.
사실 나는 몇 달째, 박정민이 출연한 인터뷰나 북토크를 들으며 한 시간씩 걸리는 출퇴근길을 오가고 있다.
이미 그렇게 푹 빠져 있는데, 청룡 영화제에서의 퍼포먼스는 나의 호들갑을 굳건하게 만들었다.
방송 장면보다 더 좋은 건 여러 각도에서 찍힌 직캠들이다.
화면에는 보이지 않는 감정의 선들이 더 선명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계획된 연출이라 설렘이 없다”고도한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 열광은 연출인 걸 몰라서 설레는 게 아니다.
연출이라는 거, 안다.
그럼에도 무대에 오르기 한껏 상기된 표정, 순간 스치는 긴장감은 숨길 수가 없다.
그래서 직캠 속 그의 모습은 오히려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그 모습이 내가 긴장할 때의 모습과도 비슷하게 느껴져 더 친근했다.
그러다 그 긴장을 다듬고, 결국 본업의 얼굴로 돌아가는 장면이 참 멋있었다.
나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늘 있으니까.
연출임을 알고 있음에도, 무대는 화사의 노래와 맞물려 마치 헤어지는 연인의 한 장면처럼 다가온다.
조금 무심한듯하지만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인정해 주는 남자의 모습.
어쩌면 우리가 한 번쯤은 경험했을 그 순간들-첫 만남의 떨림부터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익숙함까지(꼭 연인관계가 아니라도)-이 자연스레 겹쳐 보였다.
연출의 순간에도 간혹 튀어나오는 긴장과 뻘쭘함,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며 바뀌는 눈빛과 태도.
그 ‘본업 모먼트’가 참 멋있다.
어떤 이들은 이런 과한 열광을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때론 이런 풍경이 부담스러워 오히려 더 멀어지고 싶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렇게 진하게 몰입할 수 있다는 사실이 꽤 만족스럽다.
몰입은 때론 현실의 무게에서 잠시 벗어날 수도 있게 해 주고, 잊고 지낸 감정들을 깨워주기도 한다.
또 그런 충분한 몰입의 경험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힘을 준다.
하루를 버티는 힘이 어쩌면 이런 사소함에서 나올 수도 있으니까.
당분간 나는 눈을 뜨면, 다시 청룡의 회전문 안에서 하루를 시작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