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을 배우는 시간 3

진솔함을 배우는 시간

by 모닥

[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을 읽으며 남겨두고 싶은 이야기


[탐페레 공항]


p. 502~503

'Do not bend(Photo inside) 구부리지 마시오(사진이 들어 있음)'

말 그대로 노파심이라는 게 이런 걸까.

사진이 지구 반대편 먼 길을 거쳐가는 동안 행여나 구겨질까, 노인은 많이 걱정했던 것 같다.

나는 시리얼 상자를 가위로 자르고, 그것을 풀로 사진의 뒷면에 단단히 붙이는 노인의 모습을 상상했다.

하얀 밤, 태양이 뭉근한 빛을 내는 창가에 앉아 가위와 풀과 사진 그리고 편지 사이를 천천히 오가며 더듬거리는 노인의 쭈글쭈글한 손을.




공항에서 대기하던 중 우연히 마주친 한 할아버지와 잠시 시간을 함께 보낸다.

전직 사진사였던 그는 주인공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주었고, 그것을 보내주겠다면 주소를 받아 갔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보니, 약속대로 사진은 우편함에 도착해있었다.

그러나 바빠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등의 핑계로 답장은 점점 미뤄지며, 어느새 한참 밀려나 있었다.

몇 년이 지난 사진의 기억도 희미해질 때쯤, 다시 마주한 할아버지가 찍어준 사진.

그 사진 뒤에는 예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할아버지의 진심이 있었다.

혹여나 사진이 구겨질까 그 뒷면에 붙여둔 딱딱한 시리얼 종이.

그리고 연락하고 지내며 적어둔 그의 연락처.

할아버지가 보내온 진실함과 그 섬세한 다정함이 얼마나 뭉클했던지.


요즘은 서로 필요에 의한 관계만을 추구하는 삶에 지칠 때가 많다.

그런 세상 속에서 할아버지의 진솔함은 가슴 깊은 곳을 뭉클하게 한다.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고.


이 마지막 이야기는, 앞서 책을 읽으며 느꼈던 한 편의 씁쓸함을

할아버지의 다정함이 어루만져 주는 것 같았다.

'이해관계로 얽힌 세상, 참 힘들지? 하지만 세상이 꼭 그런 것만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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