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시부모님과 아기 키웁니다만 #10
결혼 전엔 몰랐다. ‘인도 며느리’가 된다는 게 이렇게 하루가 의식의 연속일 줄은. 한국식으로 치면 “제사를 아주 자주 지내는 종갓집 며느리”에 가깝다. 다만 나는 외국인이라 요리도 의식도 모르니 옆에서 돕기만 하면 된다.
인도 거리를 걷다 보면 이마 한가운데 붉은 점을 찍은 여성을 많이 본다. 그게 바로 빈디(Bindi). ‘물방울, 작은 점’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에서 왔다고 한다. 힌두교에서는 그 점이 ‘영혼의 에너지 중심’, 즉 아즈나 차크라(Ājñā Chakra)라 불린다. 집중력과 행운을 상징하고, 불행을 막아준다고 믿는다.
결혼 직후 인도에 정착했을 때 매일 아침, 그 붉은 스티커를 붙였다. 솔직히… 첫날은 어색해서 웃음이 났다.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하자 할머니가 물어보셨다.
“이마에 그건 뭐꼬?”
“결혼하면 해야 해요.”
“… 참, 멀리 갔구나.”
엄마의 한숨 끝엔 묘한 정과 놀라움이 섞여 있었다.
빈디가 점이라면, 신두르(Sindoor)는 가루다. 결혼한 힌두 여성이 앞머리 가르마를 따라 붉게 바르는 가루. 남편의 장수와 부부의 결속을 상징한다. 결혼식 날, 남편이 내 머리 위에 신두르를 얹어주던 순간—그건 일종의 ‘혼인서약의 붉은 도장’이었다. 그리고 장신구는 이어진다.
망가수뜨라(Mangalsutra) — 검은 구슬 금 목걸이, 결혼의 상징.
비치야(Bichiya) — 두 번째 발가락 반지, 기혼의 표시.
뱅글(Bangle) — 유리나 금속 팔찌, 여인의 복을 빈다.
이 모든 걸 일반 인도 며느리들은 매일 착용한다. 젊은 세대는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남편 여동생의 경우는 평상시에는 망가수뜨라 목걸이와 비치야만 한다고 한다.
나는 원래 장신구를 싫어했다. 귀걸이, 목걸이, 시계도 반지차지 않았다. 그런데 결혼 후 초반에 매일 몸에 무언가 달고 살아야 했다. 팔에는 뱅글, 목에는 망가수뜨라, 이마엔 빈디, 머리엔 신두르, 발에는 비치야.
“이건 너무 많다.” 한 번은 남편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시어머니가 이해해 주셨고 그 이후 나는 ‘단축 버전’을 운영 중이다. 빈디 + 신두르 + 망가수뜨라. 그게 나의 데일리 인도 며느리 세트다.
인도에서 손님은 ‘신(God)’이다. 손님이 오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스틸 컵에 물을 내어 드리는 것. 목이 마르지 않게. 그다음엔 차이(Chai)를 끓인다. 밀크티와 비슷하지만 훨씬 진하고 달콤하다. 집에 있는 과자나 디저트를 곁들여 낸다. 물과 차이, 그리고 디저트. 그게 인도식 환영의 3종 세트다.
나는 손님이 오면 얼른 방으로 뛰어들어간다. 두파타(Dupatta, 어깨나 머리를 감싸는 천)를 두르고, 뱅글 팔찌를 찬다. 육아복 위에 급하게 입은 쑤트(Suit)가 약간 구겨져 있어도 괜찮다. 그건‘며느리로서의 무대 의상’이니까.
친정에 가면 결혼한 여성이라도 빈디와 신두르를 하지 않아도 된다. 티셔츠와 파자마 차림,ㅍ하지만 사수랄(Sasural, 시댁)에선 사리(Sari)를 입고, 격식을 차려야 한다.
두 세계를 오가는 내 모습은 마치 두 언어를 사는 사람 같다.
하나는 나의 문화, 하나는 사랑으로 배운 문화. 그 사이에서 나는 조금씩, 나만의 인도 며느리가 되어간다.
빈디가 사라져도 신두르가 희미해져도 나의 자리는 여전하다. 화려한 사리보다, 손에 묻은 카레 냄새보다, 내가 진짜 배우고 있는 건 관계의 예의와 온기다. 그건 어느 나라의 며느리에게나 통하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인도라는 세계에서 새로 배운 것>
인도의 마살라 차이(Chai)는 인도식 밀크티다. 손님이 오면 가장 먼저 내오고, 시부모님은 매일 아침과 오후에 한 잔씩 드신다. 차이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인도 사람들의 일상 그 자체다.
차이 재료
- 차이 가루
- 생강
- 설탕
- 우유
차이 만드는 방법
- 냄비에 물 한 컵을 붓는다
- 생강을 갈아서 넣는다
- 차이 가루 한 스푼을 추가한다
- 설탕은 기호에 따라 넣는다 (시어머니는 당뇨 때문에 생략, 시아버지는 세 스푼)
- 우유 한 컵을 넣는다
- 펄펄 끓으면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