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인도 대가족의 환영식

인도 시부모님과 아기 키웁니다만 #8

by 김민정

2025년 8월 22일, 이른 아침이었다. 인도 중부의 작은 도시, 이탈시(Itarsi) 역에 내리자 시아버지가 미소를 띤 얼굴로 마중을 나와 계셨다.


역에서 집까지는 차로 단 5분 거리였지만, 짐이 워낙 많았다. 일부는 릭샤(오토바이 택시)에 실어 나르고, 나머지는 시아버지 차에 싣고 집으로 향했다. 나와 남편, 아기 그리고 짐 더미 사이로 설렘 가득한 공기가 감돌았다.


집에 도착하자 시어머니와 시아버지는 5개월 만에 처음 보는 손녀를 안아보시며 감격의 눈물을 보이셨다. 한국에서 매일 영상통화를 하면서도 실제로 얼굴을 마주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아기의 작은 손을 잡고, 웃는 얼굴을 바라보며 시부모님은 세상 모든 기쁨을 다 느끼시는 듯했다.


나 또한 마음 한구석이 따뜻하게 부풀어 올랐다. 아기를 품에 안고 남편과 함께 집안을 둘러보면서, 한국을 떠날 때와 달리 이번에는 아기가 내 옆에 있다는 사실이 묘한 안도감과 함께 새로운 책임감을 주었다.


다음 날 아침, 시어머니와 남편, 남편의 여동생이 함께 아기를 목욕시키며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물장구 소리에 아기가 깔깔 웃으면, 우리 모두 덩달아 웃었다. 그때 시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친척들이 아기를 보러 올 거야.”


나는 순간 얼어붙었다.


“네, 어머님… 몇 명 정도 오나요?”

“60-70명쯤 될 거야.”

“Acha… 네. 음식은 어떻게 하나요?”

“음식은 주문할 테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역시 인도였다. 모든 것이 큰 스케일로 이루어졌다. 시부모님의 양가 친척들이 한꺼번에 아기를 보기 위해 집으로 모였다. 일부 가족은 집 안에서 같이 생활하고, 다른 가족은 근처에서 오며, 모두가 함께 축하를 나누었다. 시아버지 쪽 큰아버지, 그의 세 아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큰어머님과 작은어머님 가족들도 모였다. 시어머니의 오빠와 남동생 가족들, 그들의 아이들까지 합치면 이름을 외우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복잡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익숙해졌다. 이름을 다 외우지 않아도 호칭만으로 충분했다. 남자 친척은 모두 ‘바이아’, 여자 친척은 ‘바비’로 부르면 된다. 크다는 의미의 ‘바리’, 작다는 의미의 ‘초티’와 합쳐서 부르기도 한다. 큰외삼촌은 ‘바리 마마’, 작은 외삼촌은 ‘초티 마마’, 큰 이모는 ‘바리 마미’, 작은 이모는 ‘초티 마미’가 되는 식이었다.


친척들의 관심은 온통 아기에게 집중되었다. 아기가 웃으면 모두가 박수를 치고, 아기가 울면 “오호, 괜찮아”라며 위로를 아끼지 않았다. 처음에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따뜻한 축복의 에너지가 집안을 가득 채웠다. 아기가 태어난 순간부터 이 작은 손에 모인 70여 명의 마음이 하나로 모이는 느낌이었다.


집안 곳곳에서 들리는 웃음, 아기를 바라보는 친척들의 눈빛, 서로의 손을 잡고 나누는 인사말… 모든 것이 나에게 새로운 세상의 풍경이었다.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확장 가족’의 의미를 몸소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날 오후, 남편과 나는 아기를 품에 안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동네 골목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근처 사원의 종소리가 들려왔다. 인도에서는 삶과 축복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작은 손 하나가 이렇게 많은 사람의 마음을 이어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면서도, 마음 한편이 따뜻했다.


그날 밤, 아기를 재우고 시부모님과 남편과 함께 차 한 잔을 마시며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이곳이 내 새로운 세상이다. 낯설고 정신없지만,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세상.”


인도에서의 삶, 확장 가족과의 첫 만남, 70명의 축복…


이 경험은 단순한 방문이 아닌, 삶의 깊이를 더해준 중요한 순간으로 남았다. 나는 이제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넓어진 시선으로 가족과 세상을 바라볼 준비가 되었다.




인도 친척들과 아기 환영식




<인도라는 세계에서 새로 배운 것>

힌디어로 가족을 호칭할 때 재밌는 점

엄마 = 마마, 마미
아빠 = 파파
*인도 남부 지역에서 쓰이는 타밀어로는 한국처럼 "엄마", "아빠"라고 부른다.

외삼촌 = 마마
외숙모 = 마미
*엄마를 부를 때와 발음이 비슷하다.



keyword
이전 07화7. KTX에서 인도 기차까지: 아기와 두 세계의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