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시부모님과 아기 키웁니다만 #9
2025년 9월 24일. 인도에 온 지 한 달쯤 되어간다.
아기는 곧 생후 6개월.
그새 앞니 두 개가 나더니, 웃을 때마다 토끼 같다.
나는 지금까지 완전모유 수유 중이다. 아기가 태어나 병원에 있었던 3일,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며칠만 분유를 먹었다. 그 이후로는 오로지 모유. 말 그대로 내 몸이 아기의 식탁이었던 셈이다.
이제 곧 이유식을 시작한다. 드디어 “모유 이외의 첫 음식”이라니. 기쁘면서도 살짝 해방감이 밀려왔다. 나만의 식단 자유가 돌아오는 기분이랄까.
그동안 라면, 마라탕, 피자처럼 자극적인 음식은 죄책감 때문에 멀리했다. 모유가 매개가 되어 아기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몰라서였다. 커피도 임신 전엔 하루 한 잔이 기본이었지만, 지금은 디카페인조차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이제는 조금씩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었다. 그런데 인도에서는 이유식 시작도 ‘하루 그냥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이름부터가 다르다. 아나프라쉬(Annaprash). 첫 음식을 신에게 바치는 의식’이다.
아기가 처음 곡물을 먹는 날, 조상과 신에게 감사하며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기원하는 푸자 (Puja)이다. 보통은 친척들이 모여 성대하게 축하하지만 우리는 이미 출생 환영식을 크게 했던 터라, 이번에는 시부모님, 남편, 그리고 나 — 이렇게 단출하게 하기로 했다.
푸자 당일 아침, 시어머님은 부엌에서 정성스럽게 달(Dhal, 렌틸콩죽)을 끓였다. 렌틸콩을 부드럽게 삶아 버터기름(기, ghee)을 한 스푼 넣고, 힌두식 향신료는 넣지 않았다. 아기의 첫 음식이니 순해야 한다며. 상 위에는 신상(神像)과 꽃, 향, 그리고 체리가 먹게 될 작은 그릇의 달이 놓였다.
나는 이유식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시어머님의. 인도식 이유식을 따라가기로 했다. 시어머님이 아기의 입가에 달 (Dhal) 한 스푼을 떠 넣어주셨다.
“우리 체리, 진짜 세상의 음식을 먹는 거야.”
작은 입이 꼬물거리며 달을 받아먹는 그 순간, 왠지 모르게 울컥했다. 그저 이유식 한 스푼인데, 그 안엔 ‘한 생명이 세상과 연결되는 첫걸음’ 같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한국에서라면 ‘이유식 첫날’ 사진 한 장으로 끝났을지도 모를 일인데, 여기선 의식이자 축복이었다.
아이가 세상과 처음으로 ‘음식을 통해 연결되는’ 그 첫날, 나는 또다시 엄마로서 한 걸음 나아가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엄마가 된다는 건,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첫 시작’들로 이루어진다.
첫울음, 첫 미소, 첫 뒤집기, 첫 이유식까지.
그 모든 ‘처음’들이 쌓여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아기를 조금 더 세상 속으로 이끈다.
그날 저녁, 푸자의 향이 은은하게 남아 있었다. 달빛이 마당에 내려앉고, 시어머님은 신상 앞에 다시 향을 피우셨다. 나는 체리를 품에 안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제 우리 아기도 이 땅의 음식으로 자라겠구나.’
낯선 나라의 부엌, 다른 문화의 의식, 그러나 그 안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너무나 익숙했다. 돌이켜보면 한국이든 인도든, 엄마의 마음은 다르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새로운 시작이고, 그 시작마다 작은 기도가 담겨 있다.
그날의 푸자는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한 아이의 첫 이유식이자, 한 엄마의 또 다른 탄생이었다.
<육아라는 신세계에서 새로 배운 것>
WHO는 6개월까지 완전 모유 수유를 권고하고 있다.
모유는 출산 직전부터 조금씩 돌기 시작한다. 모유 수유를 하고 싶다면 출산 직전부터 유선을 뚫는 것이 필요하다. 가슴 유선은 젖을 생산하는 젖샘 조직으로, 모유가 유두를 통해 배출될 수 있도록 연결된 관(유선관)이다.
나는 병원에서 퇴원해 산후조리원 대신 바로 집으로 와서 산모 마사지를 받았는데 유선을 뚫는데 고함을 지를 정도로 정말 아팠다. 유선을 뚫지 않으면 모유 수유도 어렵고 '울혈'이 올 수 있다.
가슴 울혈은 출산 후 젖이 차오르면서 유방이 단단해지고 통증과 열감이 동반되는 현상으로, '젖몸살'이라고도 불린다. 이는 모유, 혈액, 림프액 등이 유방 조직에 축적되어 발생하며, 아기가 젖을 충분히 비우지 못해 나타난다.
유선도 다 뚫고 울혈도 없다면 본격적인 모유수유를 시작이다. 신생아는 1-2시간마다 한 번씩 줘야 한다. 그리고 점진적으로 수유텀을 늘려나가야 한다.
<인도라는 세계에서 새로 배운 것>
인도에서는 전통적으로 생후 6개월부터 이유식을 시작하는데, 쌀죽(rice porridge)이나 달(dal, 렌틸콩) 물을 첫 이유식으로 많이 사용한다. 지역과 가정에 따라 라기(ragi, 손가락 기장)를 물에 갈아 만든 죽이나 수지(suji, 세몰리나) 할와를 주기도 하며, 으깬 바나나나 사과 퓌레도 흔한 초기 이유식이다.
많은 가정에서는 힌두 의례인 '아나프라쉬(Annaprashan)' 행사를 통해 아기가 처음으로 고형식을 맛보는 의식을 치르는데, 이는 대개 생후 6~8개월 사이에 진행된다. 점차 뭉 달(mung dal), 카드(curd, 요구르트), 기(ghee, 정제버터)를 섞은 키치디(khichdi)로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