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시부모님과 아기 키웁니다만 #7
우리는 아기를 데리고 인도로 떠나기 전, 한국에서 5개월간의 육아를 했다. 5개월이 얼마나 빠른지, 신생아를 돌보면서 하루하루가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신생아의 하루는 단순하다. 먹고, 놀고, 잠자는 것을 반복하며 세상과 조금씩 교감하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돌아가며 아기의 일정을 챙기고, 아침, 점심, 저녁을 먹으며 교대로 육아를 맡았다. 다행히 할머니와 엄마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아, 가끔씩 들러 우리의 식사를 챙겨주셨다.
아기가 잠들면 겨우 우리만의 시간이 생겼다. 아침에는 빵을 먹고, 점심에는 한국 음식을, 저녁에는 인도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임신 초기에 입덧으로 마살라 향만 맡아도 힘들었지만, 출산 후에는 오히려 인도 음식이 그리웠다. 저녁에는 함께 요리를 하고, 영화를 보며 육아와 집안일을 병행했다. 그 과정 속에서 남편과 나는 서로의 역할을 조금씩 이해하며, 자연스럽게 ‘가족 팀워크’를 체득했다.
아기가 비행기를 탈 수 있을 만큼 안정적으로 성장했을 때, 우리는 장정을 계획했다. 아기는 5개월, 몸무게 7.5kg로 소아과 의사도 “비행기에 문제없다”라고 확인했다. 우리는 대한항공을 이용했고, 신생아 좌석은 무료, 유모차와 카시트도 공짜로 가져갈 수 있었다. “휴,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짐은 남편과 나, 아기 각자의 가방 3개와 유모차, 카시트까지 포함하면 총 5개.
이번 여행의 계획은 인도에서 약 9개월 동안 머무르는 것이었다. 육아휴직이 끝나기 전까지 머물 예정이었기에, 필요한 한국 음식 재료도 최대한 챙겨야 했다. 김치찌개용 가루, 라면, 비건 육수, 김, 배추 씨앗까지… 인도에서 입덧 당시 배추를 구하지 못한 경험 때문에, 이번에는 문익점처럼 배추 씨앗까지 챙기는 완벽주의를 발휘했다. 배추를 직접 재배해서 김치를 만들어보려한다.
짐이 많아 할머니와 엄마가 운전해 따라오셨고, 남편과 나는 아기를 데리고 KTX를 타고 서울로 이동했다. 공항 근처에서 1박을 한 후, 드디어 출국 당일 아침 6시에 아기를 목욕시키고 아침을 먹은 뒤 공항으로 향했다.
할머니, 엄마와 헤어질 때 약간 먹먹했지만 국제커플의 어쩔 수 없는 현실. 내년 6월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직할 때쯤 다시 한국으로 올 예정이다. 찐한 포옹을 하고 우리는 입국장으로 들어갔다.
인천공항에서 뉴델리 공항까지 비행기로 7시간 30분. 비행기 안에서 최대한 아기가 울지 않고 다른 승객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었다. 미리 예약해 둔 유아용 침대 (베시넷) 앞에 자리를 잡았다. 베시넷은 체중 11kg 이하, 신장 75cm 이하의 유아만 이용이 가능하다.
비행기 안에서 체리는 다행히도 안정적으로 적응했다. 남편과 나는 번갈아 가며 식사를 하고, 아기 앞에서 재롱을 부리며 최대한 울지 않도록 시간을 보냈다. 이륙, 착륙 시에는 아기에게 헤드셋을 씌었는데 울기는 했지만 도움이 되었다.
드디어 인도 도착.
5개월 아기라고 해도 여권과 비자가 필요하다. 딸은 한국 국적, 남편은 인도인, 나는 한국인으로서 각각 다른 국적과 출입국 절차를 거쳐야 했다.
비자 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는 과정에서, 우연히 나처럼 인도인 남편과 결혼해 3살 아들을 키우는 한국인 여성분과 마주쳤다. 그녀는 인도에서 10년간 살아왔다고 했다. 반가움에 연락처를 교환하고, 우리는 서둘러 공항을 나섰다.
뉴델리 공항에서 우리의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우버(Uber)와 올라(OLA) 택시. 남편이 미리 부른 우버를 타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뉴델리에는 주요 기차역이 여러 개 있었지만, 우리는 니자문딘(Nizamuddin)역으로 가야 했다. 기차 출발까지 두 시간 남짓. 다행히 비행기는 연착 없이 도착했지만 서둘러 택시를 타고 역으로 향했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기차에 올랐다. 뉴델리에서 이탈 시(Itarsi)까지 — 12시간짜리 긴 여정. 저녁 7시에 출발해, 다음 날 아침이면 인도 중부의 작은 도시, 시부모님 집에 닿을 예정이다.
기차 칸 안에는 네 개의 침대가 2층 구조로 놓여 있었다. 우리 자리는 상단 한 개, 하단 한 개 두 자리이다. 나는 아기띠를 매고 아기를 달랬고, 남편은 큰 짐을 침대 밑으로 겨우 정리할 수 있었다.
남편이 미리 IRCTC 앱으로 주문해 둔 브리야니가 좌석 앞으로 배달되었다. Zomato라는 앱으로도 주문이 가능한데 배달의 민족, 쿠팡잇츠 같은 앱이다. 기차 좌석으로 까지 배달이 되어 편리하다.
남편과 나는 아기를 번갈아 안고, 서로에게 한 숟가락씩 떠먹여 주었다. 아기는 다행히 크게 보채지 않았다. 밤 9시, 기차는 덜컹이며 어둠 속으로 들어섰다. 기차의 흔들림이 아기에게는 자장가 같았다. 금세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남편은 위층 침대에서 조심스럽게 몸을 눕혔고, 나는 아래층에서 아기를 품에 안은 채 기대앉았다. 창밖으로는 인도의 밤 풍경이 스쳐갔다. 불빛 몇 점이 지나가고, 멀리 선 개 짖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세상은 어둡고 조용했지만, 내 품 안의 작은 온기가 그 모든 어둠을 밀어내는 듯했다.
새벽 내내 여러 번 일어나 모유수유를 했다. 좁은 침대 위에서 몸을 뒤척이며 손전등을 켜고, 작은 입이 젖을 찾는 소리를 들었다. 피곤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평온했다. 이 여정의 불편함마저 새로운 생과의 동행처럼 느껴졌다.
기차의 덜컹거림 사이로 잠깐잠깐 스치는 잠.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몽롱한 순간에, 문득 생각했다.
‘아, 내가 진짜 인도에 다시 돌아왔구나.’
아기가 태어나기 전, 남편과 둘이서 인도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던 날들이 떠올랐다. 그때는 배낭 하나만 메고 이 기차를 탔었다. 창밖의 풍경이 낯설고, 모든 게 모험 같았다. 그런데 지금, 내 품엔 아기가 있다. 인도에서의 첫 가족 여행. 낯설지만 따뜻한, 인생의 또 다른 출발선 위에 서 있었다.
기차는 어둠 속을 달리며 묵묵히 우리를 실어 나른다. 달빛이 차창에 부딪혀 흔들리고, 바람은 기차의 철문 사이를 스치며 노래했다. 아기를 꼭 끌어안고 잠든 그 밤, 나는 처음으로 ‘가족’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포근할 수 있음을 느꼈다.
<육아라는 신세계에서 새로 배운 것>
아기와 같이 여행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비행기를 탄다면 미리 항공사에 연락해 베시넷을 서둘러 예약해야 한다. 유모차와 카시트는 무료인 경우가 있으니 잘 활용하면 좋다. 아기용 헤드셋은 필수다.
아기 데리고 외출 시 준비물
- 모유수유의 경우 수유가운
- 기저귀, 건수건, 물티슈
- 아기를 누릴 수 있는 이불과 베개
- 아기 양말과 담요 (에어컨이 셀 수 있으므로)
- 장난감
<인도라는 세계에서 새로 배운 것>
인도 기차는 다양한 등급으로 나뉘어 있어 승객들이 예산과 편의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가장 저렴한 General(일반석)은 좌석 예약 없이 자유롭게 탑승하는 혼잡한 칸이며, 그 위로 Sleeper Class는 예약 가능한 침대칸이지만 에어컨이 없다.
AC 등급은 3AC(3단 침대), 2AC(2단 침대), 1AC(1단 개인 침대)로 나뉘며 숫자가 작을수록 더 고급이고 비싸다. 최상급은 First Class AC로 완전히 독립된 객실을 제공하며, 중거리 열차에는 AC Chair Car라는 에어컨 좌석칸도 있다.
Shatabdi나 Rajdhani 같은 고속 프리미엄 열차는 모두 AC 등급만 운영하며 식사가 포함되어 있고, 일반 열차보다 훨씬 빠르고 쾌적하다. 이처럼 인도 철도는 극빈층부터 중산층, 부유층까지 모든 계층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세분화된 등급 체계를 갖추고 있다.
기안 84가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즌2'에서 인도 기차에 탑승하여 '현실판 설국열차' 같다고 표현했는데 동의한다. 나는 General 일반칸은 이용해 본 적이 없지만 아기가 크고 나면 남편과 함께 General부터 다양한 기차 등급을 이용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