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시부모님과 아기 키웁니다만 #6
임신 초기에 한국에 오자마자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산후조리원 예약이었다.
“미리 안 하면 자리 없어요.”
친구들의 조언이 다급했다. 나는 병원과 연계된 조리원에 전화를 걸어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남편이 물었다.
“조리원이 꼭 필요한 거야?”
그제야 알았다. 산후조리원은 한국에만 있는 아주 특별한 문화라는 걸. 인도에서도,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대부분 출산 후엔 집에서 조리를 한다고 했다. ‘그래, 꼭 조리원을 가야 할 이유는 없지.’ 가격을 알아보니 2주에 350만 원. 지방 기준으로도 결코 저렴하지 않았다. 서울에 있는 산후조리원의 경우 400-500만 원대라고 한다.
게다가 신생아를 정해진 시간에만 볼 수 있다니. 몸은 힘들겠지만, 나는 내가 원할 때 아기를 안고 싶었다. 결국 결심했다. 조리원 대신 집에서 산후조리하기. 그리고 조리원비로는 마사지를 더 받기로 했다. (이것이 나의 합리적 육아 투자였다.)
출산 후 병실로 옮겨졌을 때, 제대로 걷지도 못했지만 아기가 태어났다는 사실 하나로 통증이 신기하게 잦아들었다.
“나… 해냈다.”
짧은 한마디가 목 끝에서 터져 나왔다.
매일 오전 10시, 오후 7시. 단 두 번만 신생아실 유리창 너머로 아기를 볼 수 있었다. 시간이 되면 엄마 아빠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우리의 이름이 적힌 분홍색 카드를 보여주면 간호사가 아기를 데려왔다. 조그만 손, 오므린 입, 작은 얼굴 위로 퍼지는 따뜻한 숨. 십 분은 너무 짧았다. 사진을 찍고, 영상을 남기고, 다음 날을 기다렸다.
보통 자연분만은 3일, 제왕절개는 5일 입원이 기본이지만, 나는 3일째 되자 통증도 덜했고 하루 병실비 21만 원이 아까웠다.
“선생님, 저 퇴원해도 될까요?”
의사가 고개를 끄덕이자 가족들은 모두 걱정했다.
“그래도 며칠 더 있어야 하지 않겠니?”
하지만 나는 괜찮다고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기를 내 품에 안고 싶어서였다.
퇴원 날,
“체리 어머니!”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이제 어머니다.’ 분유량, 황달 수치, 수면 기록까지 꼼꼼히 듣고, 속싸개에 싸인 체리를 품에 안았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엔 단 하나의 문장만 맴돌았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멘붕이 시작됐다. 방문 산후조리 이모님이 도착하셨고, 우리는 그분의 손짓 하나하나를 따라 배웠다. 기저귀 갈기, 모유수유, 분유 타기, 목욕시키기. 숨 쉴 틈도 없이 하루가 흘렀다.
밤낮 없는 수유 리듬에 몸은 녹초가 되고, 눈 밑엔 다크서클이 내려앉았다.
‘내가 왜 퇴원을 서둘렀을까…’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생각이 바뀌었다.
아기의 첫 순간들을, 남이 아닌 내가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것. 그게 얼마나 귀한 일이었던가. 집에서는 한국식 산후조리 1순위, 미역국이 빠지지 않았다. 할머니와 엄마가 끓여주신 진한 미역국 냄새가 집안을 가득 채웠다. 그 옆엔 남편이 인도에서 가져온 라두(Laddu)와 대시물가라(Dash Mool Kadha)가 있었다. 라두는 병아리콩가루와 견과류로 만든 인도 전통 과자, 대시물가라는 10가지 약초 뿌리로 끓인 아유르베다식 산후조리 음료다. 대시물가라는 쓴 맛이어서 물과 섞어서 마셔야 한다.
그래서 내 하루 식사는 이렇게 정리됐다.
“미역국 한 그릇, 라두 한 알, 그리고 대시물가라 한 잔.”
한국과 인도가 한 식탁 위에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순간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산후조리의 핵심은 음식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정성과 사랑이었다. 미역국에는 엄마의 마음이, 라두에는 남편의 정성이 담겨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미역국과 라두 사이에서,
조금은 느릿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엄마’라는 새로운 나로 태어나고 있었다.
<출산이라는 신세계에서 새로 배운 것들>
보건복지부의 2024년 산후조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산모 10명 중 8∼9명꼴로 산후조리원을 이용했다고 한다.
산후조리원 경비 지원은 지방자치단체마다 지원 내용과 대상이 다르며, 일부 지자체는 소득과 무관하게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경기도는 출생아 1인당 산후조리 경비 50만 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서울시는 출산가정에 100만 원 상당의 바우처 포인트를 지원한다.
내가 거주한 경산시는 올해 출생아부터 산후조리비 지원금을 출산 가정당 최대 100만 원을 지급하는데, 나는 이 금액으로 집에서 출장 산모마사지를 받았다. 친정이 가깝게 살고 남편도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 마사지를 받는 동안 아기를 돌봐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건이 된다면 산후조리원에 가서 온전히 몸 회복에 신경 쓰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필수는 아니므로 개인의 사정에 따라 정하면 된다.
<인도라는 세계에서 새로 배운 것>
한국에 미역국이 산모 건강 회복에 필수 음식이라면, 인도에는 라두, 차이, 그리고 대시물가라가 있다.
* 라두(Laddu)는 견과류로 만든 인도 전통 과자인데, 기호에 맞게 다양한 견과류로 만들 수 있다.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에너지바 같은 거다.
* 마살라 차이(Masala Chai): 홍차에 우유와 인도식 향신료를 넣고 끓인 음료로, 인도에서 가장 대중적인 차이다. 산모들이 마시는 차이는 생강, 강황, 카다몸 등의 향신료가 들어가 몸을 따뜻하게 하고 소화를 돕는다.
* 대시물가라 ( Dash Mool Kadha ): 인도 전통 의학인 아유르베다 산후조리 음료다. Dash는 숫자 10, Mool은 뿌리를 뜻한다. 즉 10가지 약초 뿌리 달인 차로 출산 후 자궁 회복, 체력 보충, 모유 생성 촉진, 호르몬 균형 회복을 돕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