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시부모님과 아기 키웁니다만 #5
드디어 출산휴가가 시작되던 날, 남편이 인도에서 한국으로 왔다. 공항에서 오랜만에 만났는데, 나는 만삭이어서 정면으로 껴안을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비스듬히 껴안았다. 그 이상한 포옹이 참 따뜻했다. 멀리 돌아왔지만, 그날이 우리 셋의 진짜 시작이었다.
우리는 매일 산책을 했다. 남편은 “걷기 운동과 하체 운동이 자연분만에 도움이 된다”며 내가 게으름이라도 피우면 “오늘은 체리(태명)가 걷고 싶대”라며 나를 밖으로 끌고 나갔다.
나는 숨이 차서 중간에 멈춰 앉았고, 남편은 옆에서 내 손을 꼭 잡았다.
“나중에 분만할 때도 이렇게 잡아줘.”
그날 이후 우리는 매일 ‘호흡 연습’을 했다. 출산 드라마 ‘산후조리원’을 참고했는데, 배우 엄지원의 출산 연기를 보며 나는 진심으로 궁금했다.
“저렇게까지 아플까?”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네. 정말 저렇게 아팠다.
남편과 나는 중고거래 어플 '당근'에서 아기용품을 장만했다. 속싸개, 젖병 같이 위생이 중요한 것은 새것으로 사고, 아기 침대, 기저귀 갈이대, 유모차, 카시트 등은 중고로 샀다. 덕분에 꽤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엄마가 근처에서 살고 계셨지만 출근을 하시면 우리끼리 병원에 가야 한다. 우리는 ‘출산 D-Day 비상 시나리오’를 세웠다. 택시를 부를 수 있도록 남편에게 카카오택시 앱을 깔아주고, 영어 버전으로 설정했다. 나는 택시 기사 역할을 맡아 남편과 전화 연습을 했다.
“여보세요?”
“네, 여보세요? 어디 계세요?”
“OOO아파트 103동 앞이에요. OOO병원으로 갑시다.”
그때 남편의 표정은 마치 스파이 영화의 무전 장면처럼 진지했다. 우리는 그렇게 매일 출산 리허설을 했다. 38주 5일째 새벽 4시, 나는 평소처럼 화장실에 갔다. 그런데 뭔가 달랐다. 이슬이 비쳤다. 그 순간 머릿속에 “드디어 시작인가?”라는 자막이 떠올랐다. 나는 남편을 깨웠다.
“이슬이 보여.”
남편은 잠결에 “누가 왔어?”라고 말했다. 아니, 사람 이름이 아니다. 분비물이다, 여보.
다행히 그날은 엄마가 지방 강의가 없었다. 할머니, 엄마, 남편, 그리고 나. 우리는 새벽부터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고, 우리는 1층에서 첫 진료를 받았다. 의사 선생님이 내진을 하더니 갑자기 표정이 바뀌었다.
“양수가 터졌어요. 바로 입원하셔야 합니다.”
“지금 바로요?”
“네, 수술실 대기하세요.”
<내가 다녔던 병원의 수술 대기실>
그때부터는 영화보다 빨랐다. 서류에 서명하고, 제모하고, 관장하고, 정신 차릴 틈도 없이 마취 준비.
내가 그토록 연습했던 호흡은 어디 갔는지 모르겠고, ‘자연분만이 좋겠다’ 던 결심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반신 마취를 하고 수술대에 누웠다. 정신은 또렷했지만 다리는 내 것이 아니었다. 마취과 선생님이 “따끔할 거예요”라고 말했는데, 그 ‘따끔’이 세 번 반복됐다. 감각이 사라지는 대신, 눈물이 났다.
왜 울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모든 게 벅찼다. 남편은 내가 수술실로 들어가기 직전 옆에 서 있었다.
“순조롭게 잘 될 거야.”
그 말을 듣는데 또 눈물이 터졌다. 의사 선생님이 내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다들 그렇게 울어요. 괜찮아요.”
수술실 안에는 경쾌한 음악이 흘렀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소리가 들렸다.
“응애, 응애!”
세상에서 가장 작은 울음이었는데, 그 어떤 노래보다도 크게 들렸다. 나는 하염없이 울었다.
“드디어 왔구나, 아가야.”
아기는 간호사 품에 안겨 다른 방으로 옮겨졌고, 나는 봉합을 받았다. 수술실 천장은 새하얗고, 내 머릿속은 복잡했다.
‘이제 나는 진짜 엄마다.’
그날 이후 세상이 달라졌다. 매일 비스듬히 안아야 했던 배가 사라졌고, 그 자리에 작고 따뜻한 생명이 왔다. 나는 여전히 덜 자고, 덜 씻고, 덜 먹지만 그 모든 ‘덜’ 속에 이상하게도 마음은 ‘더’ 풍성해졌다.
멀리 인도에서, 다시 한국에서, 그리고 지금 내 품에서 —
우리 셋의 인생은 그렇게 비스듬히, 그러나 단단하게 시작되었다.
<출산이라는 신세계에서 새로 배운 것들>
- 자연분만과 제왕절개 둘 다 장단점이 있다. 어느 것 하나를 고집하기보다는 출산 예정일 전부터 담당 의사 선생님과 출산 방법에 대해 상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출산 당일 태아와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출산 방법이 자연스레 정해질 것이다.
- 출산 준비를 위해 복식 호흡을 꾸준히 하면 좋다. 복식 호흡은 출산 시 통증을 줄이고 산소 공급을 원활하게 한다. 깊은 호흡으로 근육이 이완되고 불안감이 감소하며, 진통을 효과적으로 견딜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출산 과정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이다.
- 임신 37주쯤 되면 만삭이라고 한다. 출산 가방은 미리 싸두고 준비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