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인도에서 배운 삶의 태도

인도 시부모님과 아기 키웁니다만 #12

by 김민정

인도는 푸자의 나라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하루에 오전, 오후 두 번씩 이어지는 푸자에 나는 솔직히 당황했다. 내가 결혼하면서 들어온 이 새로운 세계는 매 순간이 신기했다. 하지만 시어머니가 아기와 함께 푸자를 지켜보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곧 깨달았다. 푸자는 단순히 종교적 의식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을 가르쳐주는 매일의 작은 연습이라는 것을.


푸자 중에서도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것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물건에 신두르(붉은 가루)를 묻히는 의식이었다. 책상, 냉장고, 심지어 청소기까지—“너희 덕분에 우리 삶이 편안하다”는 마음을 전하는 작은 의식이다. 심지어 빗자루에 손이나 발이 다치면, 손을 이마에 갖다 대고 인사를 한다. 집을 깨끗하게 해주는 빗자루 덕분에 하루가 편안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장면을 보고 있으면,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내 안에 자리 잡는다.


푸자만큼 인상 깊었던 건 디왈리(Diwali)였다. 한국의 추석처럼 매년 10월에 열리는 디왈리는 인도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축제다. 친척, 친구, 이웃 모두와 연락하며 “Happy Diwali!”를 외치고, 온 집안이 촛불과 전등으로 반짝인다.




시어머니와 남편, 아기와 함께 체리에게 입힐 핑크색 정장을 사러 나갔다. 아동복 매장은 온갖 연령대 아이들로 붐볐고, 체리는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미소를 지으며 사진까지 찍혔다. 옷가게 안에서 체리가 웃음을 터뜨릴 때, 나는 이 작은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달았다.



디왈리 쇼핑을 마친 후 우리는 파니 푸리 (panipuri)를 먹었다. 길거리 음식인 파니 푸리는 달콤하고 짭조름하며,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맛이 매력적이다. 그때 길에서 신발도 신지 않은 5~6살 정도의 아이가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시어머니는 자연스럽게 그 아이에게 파니 푸리를 하나 사주라고 하셨다.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한 입 가득 맛있게 먹었다. 길거리 아이들과 체리 사이에서 나는 인간이 가진 세상의 다양한 출발선과 운명을 동시에 느꼈다.


이 순간, 문득 예전에 남편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세상에는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아이들처럼, 보이지 않는 불평등과 어려움이 끝없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는 없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남편은 늘 말했다. 슬픔에 너무 깊이 빠져버리면 오히려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 채 멈춰버리기 때문이다.


남편은 본업인 보건 정책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동시에 인도 내 저소득층 가정이 실질적인 복지 정책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CAAP (Collective Action Against Poverty) 란 비영리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나 역시 복지정책의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화폐 민주주의 연대’라는 시민단체활동을 해왔기에 그의 일을 직접 돕지는 못하지만,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늘 응원하고 있다.




집에 돌아오면 저녁 푸자가 시작된다. 마치 제사처럼 음식을 신께 바치고, 가족과 함께 집안을 밝히며 축제를 즐긴다. 옥상에 올라가면 각 집에서 빛이 모여, 온 마을이 한순간 빛으로 물든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작은 반딧불이들이 모여 춤추는 듯한 풍경이었다. 디왈리 후에는 남은 축제 음식을 싸서 친척들과 나누어 먹는다.




아기를 키우면서 푸자의 의미는 더 깊어졌다. 체리의 작은 손가락과 발가락, 웃음소리와 재잘거림 속에서, 매일이 감사와 관찰의 순간임을 배우게 된다. 체리가 처음 이유식을 먹고 고체 똥을 누었을 때, 남편과 나는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고 환호했다. “우와, 드디어!” 단순한 대변 관찰도, 아기의 성장과 발달을 축하하는 작은 의식이 된다.


그리고 문득, 집안의 빗자루, 청소기, 심지어 오래된 식탁까지. 모두 우리 삶을 지탱해 주는 존재임을 느낀다. 작은 것 하나하나에 감사하며, 체리와 함께 매일 아침을 맞이한다. 길거리에서 만난 아이, 집안을 밝히는 디왈리의 촛불, 파니 푸리 한 입, 그리고 신두르가 묻은 사소한 물건들까지. 인도에서 살아가는 나의 평범한 하루는 이렇게 작고 사소한 것들이 모여 삶의 의미를 가르쳐주는 연속이다.


이제 나는 안다. 푸자, 디왈리, 길거리의 아이, 집안일과 아기 재우기. 이 모든 것이 다 연결되어 있으며, 아기와 함께 배우는 감사와 존중, 배려의 훈련이라는 것을. 인도에서의 일상은 단순히 낯선 문화 체험이 아니라, 내 마음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세상을 더 넓게 보는 법을 가르쳐주는 학교다.





<인도라는 세계에서 새로 배운 것>

디왈리(Diwali)는 인도의 가장 큰 축제로, ‘빛의 축제’라 불린다. 어둠을 몰아내고 빛이 세상을 비춘다는 뜻처럼, 디왈리는 단순한 명절을 넘어 삶의 태도를 상징한다. 집집마다 촛불과 등불을 밝히고, 가족과 이웃이 함께 음식을 나누며 서로의 안녕을 빈다. 나에게 디왈리는 화려한 불빛의 축제가 아니라, 매일의 어둠 속에서도 작게나마 빛을 켜는 연습이었다. ‘빛은 결국 어둠을 이긴다’는 말처럼, 감사와 나눔의 마음이야말로 삶을 밝히는 진짜 빛임을 인도에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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