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시부모님과 아기 키웁니다만 #14
인도에서의 나의 평범한 일상은 새벽 다섯 시부터 시작된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시어머니의 하루가 그 시간에 시작된다. 어머님은 선생님으로 일하시는데, 늘 같은 루틴으로 아침을 여신다. 부엌에 있는 작은 테이블에 앉아 짧게 명상을 하고, 부엌 불을 켜신다. 기름에 커민씨를 볶는 소리, 강황 냄새, 갓 끓인 차이의 향이 집안을 채운다. 시어머니는 가족들의 아침과 점심까지 매일 만들어 두신다. 그 후 샤워를 한 이후에 푸자를 하신다.
나는 아직 아기와 밤을 함께 보내느라 새벽마다 서너 번은 깨야 한다. 그래서 보통 7시나 8시쯤, 어머니의 요가와 요리 타임이 끝날 즈음에 일어난다. 아기를 품에 안고 방을 나서면 어머님은 언제나 주방에 계신다.
그때 나는 잠시 아기를 맡기고 양치질을 한다. 그리고 부엌 식탁에 앉아 따끈한 차이 한 잔과 ‘팔라지’라는 쿠키 한 조각으로 하루를 연다. 그게 나의 인도식 아침 루틴이다. 그리고 그 루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이 있다.
바로 ‘대변’이다.
아침 대변은 인도 생활의 시작이자, 평온의 지표다. 한국에서는 매일 아침 규칙적으로 쾌변을 하던 내가, 인도에 온 후로는 이틀, 혹은 사흘에 한 번씩 보게 됐다. 물, 음식, 리듬이 달라지자 내 장도 혼란스러워진 모양이었다. 그때마다 나는 화장실을 나서며 죄책감과 답답함을 동시에 느꼈다.
그리고 어느 날, 결국 일이 터졌다.
진짜로 ‘터졌다’. 서양식 변기가 막혀버린 것이다. 그날의 공포는 잊을 수 없다. 어머님이 학교에서 돌아오시기 전에 거의 종일 물을 퍼붓고, 뚫어뻥으로 사투를 벌였다. 그날 이후 나는 겸손을 배웠다.
이제 나는 전통식 화장실, 즉 쪼그려 앉는 화장실을 애용한다. 몸의 힘을 빌려 자연스럽게 내보내는 그 자세는 의외로 과학적이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최근 몇 주 사이에 내 대장도 인도에 완전히 적응했다.
어머님은 학교에 가시기 전 두 번이나 화장실에 다녀오신다.
“수업 중엔 마음대로 못 가니까 미리 비워둬야지.” 그 말이 묘하게 인생 같다.
몸을 비워야 하루가 가벼워진다. 나는 매번 그 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삶이란 결국, 잘 비워내는 기술이 아닐까.’
아기를 낳고 나서 ‘대변’은 내게 더욱 철학적인 주제가 되었다. 남편과 나는 매일 아기의 기저귀를 열어보며 토론한다.
“오늘은 노란색이네.”
“오늘은 초록색이다! 혹시 시금치 때문일까?”
처음 아기가 묽은 변에서 좀 더 단단한 변을 눴을 때, 우리는 거의 눈물이 날 만큼 감격했다. 그 작은 몸에서 나오는 ‘변’은 성장의 신호였다. 그날 나는 깨달았다. 누군가의 똥도 이렇게 기쁘게 바라볼 수 있구나.
인생에서 대변만큼 정직한 것도 없다는 걸. 요즘의 나는 매일 아침 화장실에서 묘한 평화를 느낀다. 문을 닫고 앉으면, 카레 냄새와 차이 향이 섞여 들어온다. 그 안에서 나는 나만의 명상을 한다.
“오늘도 잘 흘려보내자. 미련도, 피로도, 걱정도.”
그 짧은 순간이 내게는 하루의 ‘리셋 버튼’이 되었다.
오후 다섯 시가 되면 시어머니가 일을 마치고 돌아오신다. 남편은 재택근무 중이고, 시아버님은 은퇴 후 손녀 돌봄을 맡아주신다.
아기를 키우는 일은 정말로 한 마을이 함께 해야 가능한 일이다.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인도에서 매일 실감한다. 하루가 끝나면 나는 생각한다. 오늘도 무사히 먹고, 웃고, 그리고 잘 눴다는 것. 그게 진짜 평화가 아닐까.
인도의 아침은 향신료 냄새로 시작되지만, 나의 하루는 여전히 대변으로 완성된다.
‘잘 먹고, 잘 눠야 잘 산다.’
이 단순한 진리를, 나는 이 먼 이국 땅에서 새삼 배우고 있다.
<인도라는 세계에서 새로 배운 것>
인도에서의 아침은 향신료 냄새로 시작되지만, 진짜 하루의 평화는 화장실에서 완성된다. 처음엔 낯설고 불편했던 일상이, 이제는 몸과 마음을 비워내는 연습이 되었다. 잘 먹고, 잘 눠야 잘 사는 것처럼, 삶도 결국은 잘 비워내는 기술이라는 것을. 인도에서 나는 내려놓음의 철학을, 아주 구체적인 방식으로 배우는 중이다.
인도 요리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어떤 요리든 마살라 통에 든 향신료만 있으면 된다.
마살라 기본 향신료 (어느 요리든 필수)
- 주황색 가루 (Turmeric powder, 강황)
- 빨간색 가루 (Chili powder, 고춧가루)
- 갈색 가루 (Coriander powder, 고수 가루)
- 큐민 (Cumin/Jeera, 쿠민)
기본 조리 재료
- 마늘 (갈아서 사용)
- 생강 (갈아서 사용)
- 토마토 (필요시)
조리 순서
- 냄비에 기름을 넣고 큐민과 Jeera를 넣는다
- 마늘과 생강을 갈아 냄비에 넣는다
- 토마토를 추가한다
- 마살라 향신료를 넣는다
-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