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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윰즈 Sep 06. 2021

누나 같이 가

등교하는 월요일, 진짜 개학이 밝았다.

매일 늦잠을 자며 10시쯤에야 침대에서 빠져나오던 첫째 워니는 오늘 아침 식구 중에 제일 먼저 일어나 7시쯤 나를 깨워주었다.


어제 내가 이제 아침에 어떻게 일어나니 하며 푸념하듯 했던 말을 듣고 내심 불안했나 보다.


하지만 둘째 주니는 여전히 꿈나라이다.

커튼을 치며 흔들고 간질 해서 겨우 일으켜본다.

일어나 앉는가 싶더니 화장실까지 업고 가라며 버티기를 한다.

그래 개학 첫날 만이다.


자 서둘러. 마음이 바쁘다.

바나나랑 우유랑 올리고당 조금 넣고 윙윙 갈아서 한잔씩 마시게 하고,

옷을 입고 가방을 챙기라고 재촉한 후

조물조물 참치랑 마요네즈 넣어서 주먹밥을 만든다.

잠이 덜 깨서 모양은 뒤죽박죽이다.

아이들 입에 바로 들여보내는 것이 목표인지라 플레이팅 따위 신경 쓸 겨를은 없다.

(실은 원래도 신경 안 쓴다…)


준비를 마친 큰 아이가 이제 등교하겠다며 집을 나선다.

옷 입고 식탁에 앉아서 눈을 반쯤 뜨고 주먹밥을 우물거리던 둘째가 갑자기 눈이 동그래진다.


누나 벌써 가?

후다다닥. 물을 오글오글 하더니 마스크와 가방을 챙겨 누나를 쫓아 나가는 주니…


이 닦고 가야지 라고 말하는 나의 외침은 허공에 부딪혀 돌아온다.


왠지 불안한데.

왜 이리 누나를 졸졸 따라다니는지.

자주 싸우고 토라지면서도 그런다.

방학기간에도 내내 티격태격했는데… 만나서 같이 가다가 등굣길에 아침부터 큰 소리나거나 얼굴 붉힐까 걱정된다.


잠시 망설이다 후다다닥 따라나선다.

있지도 않은 축지법을 발휘해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 큰길로 나가니 학교 가는 방향에 있는 횡단보도가 보인다.


오잉. 웬일인가.

둘이 사이좋게 얘기하며 신호를 기다리며 서있는 것이 아닌가.

멀찌감치에서 보니 사뭇 다정한 남매 분위기이다…

집에선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예상과 다른 장면에 감격해서인지, 헐레벌떡 뛰어서 그런 건지 아침부터 가슴이 벅차다.

흐뭇한 마음으로 돌아서 다시 집으로 향하는 월요일 아침.


동네에 아이들이 이렇게 많았나.

총총걸음의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며 반갑다. 마음속으로 인사를 건네 보았다.

다들 학교 못 가서 답답했겠다. 잘 다녀와.



오후에 학교에서 돌아온 첫째 워니에게

오랜만에 가서 힘들진 않았는지, 수업은 어땠는지, 등교는 일찍 한 건지 물어보았다.

엄마, 나 주니랑 같이 가기 싫은데 내일은 더 일찍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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