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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윰즈 Nov 18. 2021

온라인 쇼핑 후 짧은 소회

박완서에세이 흉내내기

사려던 물건을 한 푼이라도 덜 주고 사려고 인색하게 굴다 보니 여유가 용납되지 않는다.

여유로운 쇼핑이란 별건가. 눈으로 둘러보며 손으로 만져보고 구매했을 때를 상상해보는 재미난 시간 아닌가. 나는 그걸 기피하고 다만 돈과 시간을 최소한으로 아끼기에 급급하다.

알뜰한 가격에 구입했다 하면 제법 살림도 잘하고 합리적인 주부 티가 나지만 최저가 검색이란 별건가. 그건 포털 사이트의 일인 것을. 사람이 하는 일을 그것이 쇼핑이라 해도 즐기며 살아야지 인터넷과 한몸인  검색에 열중하며 천원 이천  아껴서 어쩌겠다는 걸까. 동네 카페에서 4  하는 커피는 잘도  먹으면서 그보다 적은 차이로 인터넷 바다를 헤매는 것은 엄연한 모순일 것이다.


생필품을 비롯한 아이들 옷가지며 살림살이를 제일 저렴하게 사들이려 스마트폰 화면 속 수십 개의 물건을 빠르게 훑다 보니 자연히 눈이 침침하고 움직이지 않은 몸까지 고단해진다. 며칠을 기다려 물건이 왔으나 별로 기쁘지가 않다. 검색하는데 기력을 다 써버린 탓인가. 최저가에 구매했다고 자부하기엔 온라인 쇼핑 끝에 받은 물건은 뭔가 허전하다. 액정화면이란 진열장 넘어 전시되어 있던 물건을 직접 받아들고 보니 낯설고 생소하다. 때로는 내가 고른 그 물건일 리 없다며 손을 내젓고 고개를 돌리고 싶을 지경이다.


며칠  아이들 겨울 외투가 작아져서 새로 사야겠다고 마음먹고 온라인 쇼핑에 열을 올렸다.  개의 쇼핑몰을 넘나들며 페이지를 넘기다가 적당한 가격의 뽀글이점퍼를 골라서 결제를 했다. 화면  외투는 옆으로 봐도 위로 봐도 마음에 들었다. 틈틈이 쇼핑몰의 주문내역 페이지를 새고고침하며 배송되기만을 기다렸다. 이틀  변함없는 화면에 참지 못하고 문의글을 쓰고 전화도 했다. 그러나 품절이었다. 잠시 낙담했지만, 다시 스마트폰을 붙들고 검색을 하여 다른 곳에서 주문했다. 가격은 이천  정도 비쌌으나 상관없었다.  품절안내 메세지가 왔다. 여기서 그치지 못하고 때아닌 도전의식이 불현듯 고개를 들었다. 오기가 생긴 나는 재차 다른 곳을 찾아 주문을 넣었고 이번엔 원하던 물건이 있었다.


택배가 도착하고 나서야  자신이  바보스러웠다. 차로 15  거리에 백화점과 마트와 아울렛이 있는 소도시의 아파트에 살면서, 젖먹이 어린아이가 붙어있는 것도 아니고, 자가격리 의무도 없는데, 굳이 배송을 받고자 고집한 것이 그랬다. 또한 일이만  절약한다고 일주일 남짓의 시간을 기다리며 애태운 것도 그랬다. 정말 무언가를 아끼긴 했는지 의심스러웠다.


물건을 받고 나서도 자기반성의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 아이에게 새 옷을 입혀보니 넉넉함을 넘어 헐겁기까지 했다. 주니어 브랜드와 키즈 브랜드의 차이는 이다지도 컸던가. 나도 바보같았고 어벙하게 옷을 걸친 아이의 모습도 우스웠다.


이미 구매한 물건을 더 싸게 파는 곳이 있으면 억울한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 그 몇 푼어치의 느낌을 피하고자 애써서 더 저렴한 곳을 찾는다고 자부한 방법이 때로는 더없이 미련한 방법일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옷을 사려고 할 때는 온라인 쇼핑이 적당하지 않은 순간들이 있다. 쇼핑에도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가 보다. 그렇다고 너무 한가해 이 가게 저 가게 둘러보게만 말고, 가끔은 아이 손을 잡고 번잡한 거리로 나가 함께 크기를 대보고 감촉도 느끼며 노는 듯 쇼핑하고 싶다.



*박완서 에세이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책의 '꿈' 을 읽고 따라쓰기 해보았습니다. (66-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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