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더 열정적인 수강생들
코로나가 창궐하고 모든 일상이 바뀌었다.
아들은 등교를 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았고 남편은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코로나로 아들의 학원도 화상 수업으로 진행되었다.
우리 가족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각자의 노트북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일본도 예외는 아니었다.
긴급 사태 선언이 발령되고 재택근무를 하거나 외출을 자제하는 일본인이 늘어났다.
학교에 가지 않아 여유시간이 생겨버린 이들이 '이참에 한국어를 처음 시작해 볼까'라는 마음으로 온라인 수업의 문을 두드렸다.
초급 레벨의 수강생의 유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내 경우는 코로나로 인해 가정 내 별다른 스케줄이 없었고 아이는 내 손이 많이 가지 않을 정도로 훌쩍 커버렸다. 수업 스케줄을 아침부터 저녁까지로 늘렸다.
아이 학원비나 벌자고 시작한 일이 온 가족 생활비 이상으로 벌리기 시작했다.
비로소 나는 코로나를 기회로 온라인 한국어 강사라는 [직업]을 갖게 된 것이다.
더 많은 학생을 가르치고 싶었고 더 잘 가르치는 강사가 되고 싶었다.
내가 이렇게 욕심을 부린 데는 열정이 가득한 수강생의 영향이 크다.
내 학생들은 30대부터 70대까지 연령이 다양하다.
30대는 보통 한국 회사의 일본 법인에 근무하시는 분들이다. 이 분들은 회사에서 한국어 교육 비용을 지원받기 때문일까 결석이 심한 분들이 종종 있다.
40대와 50대는 주부가 많다. 보통은 한국드라마나 K팝에 빠져 한국어를 시작하신 분들이 많은데 깜짝 놀랄 정도로 고급 레벨의 학생이 많다.
60대와 70대분들은 레벨이 제 각각인데 열정만은 1등이다. 2000년대 초반 [겨울연가]에 빠져 지금까지도 공부를 이어오신 분들은 한국어가 수준급이다.
하지만 비교적 최근 한국어에 입문하신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안타깝게도 오랜 시간 초중급 레벨에서 머무르시는 분들이 많다.
70대 할머니 수강생 중 누구보다도 열정이 넘치시는 분이 계시다. 하루 종일 한국어를 듣고 하루종일 단어를 외우신다고 한다. 카메라 속 슬쩍 보이는 노트가 단어들로 빼곡하다.
취미가 한국어 공부라고 말씀하시지만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는다. 문법 설명을 드리면 늘 그때뿐이다. 그리고 늘 같은 질문을 하신다.
"아 맞다 맞다! 선생님 같은 질문을 해서 미안해요"
"미안하다니요. 언제든지 질문해 주세요. 저는 질문을 받으면 진짜 기뻐요."
나는 나에게 질문을 해오시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느낀다. 여러 번 같은 질문을 하시면 나는 이해하실 때까지 여러 번 설명을 해드리면 된다.
나이를 초월해 배움을 이어가며 의지를 보여주시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다.
이 할머니께서 한국어를 배우는 기쁨을 잃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항상 바란다.
할머니의 열정과 정성이 가득한 삶의 태도는 나에게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고 강사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열정적인 수강생들을 가르치는 기쁨에 빠져 나는 5년간 온라인 수업에서 총 700여 명의 학생을 만났고 9000여 회 레슨을 진행했다.
수강생들은 알까? 내가 가르친 것보다 그들에게 내가 배운 것이 훨씬 많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