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파자마를 입고 있는 건 아무도 모를 거야.
내 아이는 당시 일주일에 한두 번 온라인 화상 영어 수업을 받았다.
원어민 강사와 화상으로 만나 짧은 시간이지만 영어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자는 목적으로 시작한 수업이다. 크게 영어가 늘지 않았지만 아이가 즐거워하면 그걸로 만족이었다.
온라인으로 가르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든 건 아이가 원어민 화상영어 수업을 받을 때부터다.
오프라인 교육과는 다른 온라인 교육만의 강점이 있으리라 생각하며 화상교육 사이트를 뒤졌다. 어떤 방법으로 어떤 수업을 하는지 사전조사를 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방식을 벤치마킹해 수업에 적용하기로 했다.
수업에서 쓸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나만의 콘텐츠를 모으고 나만의 활동 교재를 만들기 시작했다.
난 집밖으로 나가는 걸 어떻게든 최소화하는 사람이다. 볼일이 있으면 하루에 몰아서 볼일을 보고 장도 무조건 인터넷으로 배달을 시키는 어떻게든 집에 있고 싶은 집순이다.
온라인 강사는 내 생활 리듬에 딱이었다.
아이가 있는 나는 아이 하교시간에 출퇴근에 압박을 받지도 않았으며 내가 원하는 시간에 수업을 할 수 있었다. 최소한의 화장을 하고 상의를 깔끔하게 입으면 출근 완료.
상반신만 화면에 보이니 잠옷을 입거나 늘어난 고무줄 바지를 입고 있어도 아무도 모를 거다.
일본의 온라인 강의 업체를 등록을 하고 면접을 봤다. 이 업체는 상당 부분 자율성이 보장된 업체로 강사가 강의료를 설정한다.
인기강사가 되어서 추후 높은 강의료를 설정하고 싶었다. 목표는 언제나 크게 잡는 게 좋다.
물론 실현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업체는 학생을 직접 배정해주지는 않았다.
커리큘럼을 보고 내가 정한 강의료를 지불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학생이 수업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자율성이 보장된다는 의미는 모든 건 내가 하기 나름이라는 의미였다.
온라인 화상강의에서 살아남을 법을 생각해 봤다.
- 나만의 독자적인 수업 콘텐츠 개발
- 교재 수업을 어학당 수준으로 퀄리티 있게 하기
- 일본인 특성을 고려한 다정한 강의
- 뭐라도 정확히 얻어가는 수업
모든 수업 준비가 끝나고 드디어 수업시작.
수업은 하면 할수록 욕심이 생겼다.
여가시간을 줄이고 레슨 스케줄을 늘렸다.
스케줄이 늘어나면서 강의에서는 더 보완해야 할 점이 점점 늘어났고 나 역시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불안함과 초조함도 생겨났다.
얼마나 지났을까.
정기적으로 수업을 듣는 수강생이 늘어나자 신규 수강생이 강의 신청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일본인은 상당히 많았고 70퍼센트 이상이 중급 레벨인 한국어 학습에 너무나 열정적인 학습자였다.
마음 같아서는 하루종일 수업을 하고 싶을 만큼 일이 즐거웠다.
그러던 중 코로나19가 터져버렸다.
세상의 모든 일상이 멈춰버리고 아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남편은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코로나는 나에게 기회일까? 위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