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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자 JS MIN Jul 08. 2016

여름 매미 소리

소리에 추억...

새벽 4시 반...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매미 울음소리에 잠이 깼다.


아직 눈에서 잠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매미소리에 맞춰 합창하는 작은 새소리를 듣다 보니, 매미 소리를 따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무를 바라보며 매미를 잡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어린 시절...

어느 날부터인가 매미 소리가 귀찮은 소음으로 변해버린 젊은 날...

이젠 창밖에 들리는 저 소리가 기억을 되새겨주는 아름다운 추억의 소리로 들린다.


어릴 적 지리산 근처에 있는 시골집에 놀러 가면 무더운 여름밤에 더위를 식히기 위해 아버지를 따라 강가에 멱을 감으러 갔다.

손전등을 키지 않은 채 아버지 손을 잡고 불빛 하나 없는 시골길을 달빛에만 의존해 둘이 걸다 보면 논두렁 개구리가 우렁찬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그 장단에 맞춰 또랑에 자란 수풀 사이로 반딧불이 날아와 춤을 추듯이 놀고 있는 모습에 취한 흥겨운 종종걸음은 어느덧 강가에 도착하여, 둘은 벌거 벗은 채 시원하게 멱을 감고 나서 아버지와 둘이 강가에 앉아 흐르는 물소리를 듣곤 했다. 

처음에 작게 느껴지물소리가 눈을 감고 조용히 물소리에만 집중하다 보면 물소리가 점점 크게 느껴지면서 나를 덮칠 듯한 엄청한 소리로 변해 무서움을 느끼곤 했지만, 세월이 흘러 아버지가 들려주던 강가의 물 흐르는 콧가에 향기로운 향기처럼 귓가에 아름다운 소리로 아직도 남아 있다.  


요즘에 우린 시끄러운 소음으로 고통을 받을 때도 있으며, 층간 소음으로 이웃 간에 싸움이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삭막한 세상이 되었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춤을 추듯 움직이는 無形의 소리를 들으면 사는 고달픈 귀를 위해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하루쯤 푹 쉬게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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