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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씨 Sep 07. 2022

가족, 그리고 사랑하는 우리 엄마(2) (@크렘브)

내 마음을 돌보는 디저트여행기 11편  by.OV5

솔구 : 나는 항상 내가 답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밍키 : 그런데 네가 답이 있지 않아도 제일 괜찮은 존재가 가족이지 않아? 


솔구 : 모르겠어. 이제껏 나한테 가족은 설득해야 되는 존재라고 생각했거든. 그 설득하는 과정이 자신이 없고, 귀찮고, 바로 태클이 들어올 것 같은 느낌? 대화도 잘 안될 것 같고 큰 도움도 안 될 거라고 생각했지. 


밍키 : 나는 가족과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인데 그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라기보다는 내가 털어놓을 수 있는 당연한 존재가 있다는 게 위안이 되어서가 제일 커. 그래서 당장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라도 이야기를 하는 편이야. 예전에는 나도 너처럼 혼자서도 잘해야 된다고 생각을 해서, 뭔가 답이 없는 문제는 이야기를 잘 안 했다? 그런데 예전에 남자 친구랑 헤어지고 나서 처음으로 마음이 바닥까지 추락했을 때 주변 사람한테 이야기할 수가 없는 거야. 너무너무 심하게 우울해서 도저히 감당이 안됐거든. 해결을 바란 게 아니라 누구한테라도 이야기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어서 결국 엄마한테 말했어. 나는 엄마가 나를 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사실 이런 힘든 이야기를 하는 자체가 부끄럽다고 생각했거든? 항상 혼자서도 잘 살고 있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런데 그렇게 한 번 털어놓고 나니까 어떤 이야기든 점차 꺼낼 수 있게 되더라. 엄마한테는 한편으로 미안하지. 항상 좋은 이야기만 해주고 싶었거든. 그런데 힘든 걸 영원히 감출 수도 없을뿐더러, 나중에 엄마가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힘든 이야기는 숨겨줘서 고맙다고 할까? 그리고 엄마도 나한테 좋은 이야기, 행복한 이야기만 하는 거 아니잖아. 그러니까 나도 똑같이 엄마한테 안 좋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나는 나 자신한테,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한테 솔직하지 못해서 더 힘들게 살아온 것 같아.



솔구 : 아이러니한 게 엄마들은 자기들이 알게 모르게 감정적으로 우리한테 의지를 하는데 우리는 그러지 못했잖아. 나는 엄마가 너무 감정적으로 불안하니까 나까지 보태고 싶지 않은 거야. 남들 앞에서는 참는 게 뻔히 보이니까 나까지 엄마한테 기대고 싶지 않은 거지. 


밍키 : 맞아. 그래서 이때까지 우리가 그저 참으면서 엄마 이야기를 들어온 거고. 그런데 누군가의 감정 받이가 된다는 게 쉬운 건 아니잖아. 심적으로 여유가 있는 단단한 사람이라면 모르지만, 나는 스스로의 감정조차 온전히 다루지 못하는데 엄마 감정을 그대로 받아내기가 너무 힘들었어.


솔구 : 엄마를 생각했을 때 어떤 감정이 들어? 


밍키 : 행복했으면 좋겠어. 뭔가 안타깝고 나보다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빌어줄 수 있는 사람이야. 앞에서도 말했잖아. 엄마가 행복하지 않으면 나는 행복해선 안된다라고 생각할 정도였다니까. 나는 엄마를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거였는데, 상담을 통해서 엄마의 행복과 삶, 그리고 내 행복과 내 삶을 구분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지금은 엄마와 상관없이 내 행복과 내 삶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살려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엄마가 행복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



솔구 : 왜 엄마가 행복하지 않으면 너도 행복해선 안된다고 생각했어? 


밍키 : 내 기준으로 엄마의 행복한 모습보다 행복하지 않은 모습을 많이 봐서 그런 것 같아. 나만 쏙 빠져나와서 미안하다고 해야 하나. 내가 없어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면 상관없었겠지. 차라리 이기적이어서 자기만 챙기는 사람이었으면 좋았을 거야. 그런데 항상 우리 집엔 걱정거리가 있다고 생각했어. 할아버지든, 할머니든, 아빠든, 남동생이든. 엄마는 오만 걱정거리를 이고 지고 살고 있는데 엄마의 숨 쉴 구멍인 나만 도망쳐 나온 것 같은 거야. 물론 내 오만일 수도 있지. 엄마지만 한편으로는 타인인데 남의 삶에 대해 내 마음대로 평가한다는 게. 


솔구 : 나도 비슷한데. 엄마가 한창 우울증에 걸렸을 때 나는 대학 때문에 서울에 있었잖아. 내팽개치고 온 느낌이었어. 엄마도 자기 삶을 챙길 수 있는 어른인데 거기에 대해서는 도저히 선이 안 그어지더라.



밍키 : 엄마랑의 관계에서 바라는 게 있어? 


솔구 : 진짜 친구가 됐으면 좋겠어. 


밍키 : 지금은 아니야? 


솔구 : 지금은 반반 정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아직도 온전히 다 못 하니까. 엄마가 너무 예민하고 힘든 존재여서 감정을 공유하기 힘들었거든. 하지만 이제는 좀 강해져서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나 없이도 행복한 사람이 되니까 내가 감정적으로 의지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밍키 : 너는 네가 독립적이라고 했는데 너도 의지를 하고 싶어 하는구나? 


솔구 : 거리를 둔다는 게 되돌아보니 생각보다 좋은 건 아닌 것 같아. 거리를 두고 있을 때는 잘 모르는데 막상 한번 거리를 좁히고 나니까 모든 게 다르게 보여.



솔구 : 너는 어때? 엄마랑의 관계에서 뭘 원해? 


밍키 : 엄마가 행복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어.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엄마한테 선택지를 많이 알려주고 싶어. 물론 선택은 엄마가 하겠지만. 엄마는 첫째 딸이니까, 언니니까, 아내니까, 엄마니까 무조건 참고 베풀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 그런 엄마의 방식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걸 계속 얘기해주고 싶어. 엄마가 져야 된다고 생각하는 책임에서 좀 더 가벼워진 삶을 살 수 있다고. 그리고 너는 엄마한테 더 깊은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다고 했는데, 사실 나는 이미 엄마한테 밑바닥을 많이 보여서.(웃음) 그런데 그런 깊은 이야기 많이 하는 거 완전 추천이야. 엄마랑 이야기가 안 통할 것 같다고 했는데, 이야기를 많이 할수록 엄마가 나를 자제시켜주는 게 있어. 오히려 엄마와 내가 서로를 더 잘 알게 되니까 서로한테 맞춤형 진정제처럼 작용하는 때가 있거든. 너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밍키 : 자, 마지막으로 엄마랑 제일 하고 싶은 게 뭐야? 


솔구 : 엄마가 뭘 만들면 내가 그걸 팔고 싶어. 우리 엄마는 손재주가 좋아서 만드는 걸 좋아하셔. 옷도 만들고. 자주 올라와서 보면 좋겠는데 아빠가 외로워할까 봐 눈치를 많이 봐. 너는? 


밍키 : 나는 엄마랑 단 둘이 여행 가고 싶어. 둘이서만 여행 간 적은 없거든. 엄마는 항상 누굴 끼어서 가려고 해. 엄마도 자기만 행복한 걸 못 받아들이나 봐. 할아버지든, 할머니든, 아빠든, 남동생이든, 다른 친척들이든. 어쩌다가 둘이서 호캉스를 가게 됐는데 엄마가 너무 좋아하는 거야. 엄마가 자기만 생각하면서 행복하려고 했으면 좋겠어. 내 친구 중에 엄마가 본인 위주로 생각하는 타입이신 분이 있는데, 그 친구는 나를 부러워해. 엄마가 날 위해 많이 희생해주신다고. 근데 반대로 나는 걔가 부럽다? 내가 엄마 걱정을 안 해도 되잖아. 나는 가족 누구든 나한테 뭘 해주지 않아도 돼. 그냥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엄마가 알아서 자기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어. 유달리 엄마의 행복에 민감한 게 우리가 첫째 딸이어서 그런가?


 솔구 : 그렇다고 둘째도 마냥 편하진 않을 것 같아. 첫째의 불행도 받으니까. 나는 엄마 아빠한테 받은 걸 그대로 동생한테 푼 것 같아. 그렇게 해도 되는 줄 알고. 당연한 건 없는데 말이야.


밍키 :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지만 엄마만큼은 계속 당연하게 있어줬으면 좋겠다. 





추신. 디저트 여행은 매주 수요일 어두워지는 언젠가 연재됩니다.


위치 : 서울 종로구 계동길 64 (안국)

한 줄 소개 : 부드러우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게 진한 맛이 일품인 다양한 맛의 치즈 케이크 집

밍키평 : 단호박 치즈케이크가 가장 맛있는, 아기자기한 계동 길목의 보물 같은 곳

솔구평 : 가끔은 비주얼이 요란하고 조합이 특이한 것보다 기본에 충실해서 먹을수록 맛있는 것이 먹고 싶어질 때가 있는데 단골은 그런 맛집에 되는 게 아닐까 싶다


OV5 1st Project '내 마음을 돌보는 디저트 여행'

사진 : 솔구

글 : 밍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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