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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씨 Aug 31. 2022

가족, 그리고 사랑하는 우리 엄마(1) (@앙시엔)

내 마음을 돌보는 디저트여행기 10편  by.OV5


밍키 : 가족 이야기를 하자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엄마겠지? 


솔구 : 그렇지. 진짜 딸한테 엄마는 너무 큰 존재니까. 게다가 우리 둘 다 장녀고. 


밍키 : K-장녀라는 말도 지겹다. 여하튼 나한테 엄마라고 하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 내가 손해를 봐도 1도 상관없는 사람.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엄마가 죽으면 나도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정도의 사람. 너한테 엄마는 뭐야? 


솔구 : (눈물) ... 사실 나는 엄마가 죽는 시뮬레이션을 진짜 많이 했어. 엄마의 우울증 때문에.



밍키 : 엄마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 


솔구 :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 엄마가 내 엄마인 게 너무 좋고, 행복해. 우리 엄마는 나랑 비슷하거든. 그래서 엄마가 엄청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우리 엄마는 너무 예민하고 감정 기복이 심해서 불안정한 사람이었어. 


밍키 : 우리 엄마는 반대로 너무 무딘 사람인데. 다른 사람들이 자기 생활, 마음을 침범해도 그러려니 한다니까. 속은 어떤지 모르지만 답답해.


솔구 : 엄마는 남한테 경계 없이 대하면서도 스스로는 엄청 스트레스를 받는다? 잘 맞지 않는 사람들한테도 밝게 잘 대하는데 뒤돌아서면 혼자 스트레스를 받았었어. 우울증에 걸리고 제일 먼저 한 게 잘 안 맞는 사람들이랑 연락을 끊은 거였어. 엄마는 스스로가 좋은 사람이라고,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 엄마는 그런데 오히려 아빠는 본인이 세워둔 벽 안에서만 머무르면서 남 생각을 덜 하다 보니 엄마랑 자주 부딪쳤던 것 같아. 남들 신경 쓰지 말라고 말만 하지, 정작 막아주는 행동은 안 했던 것 같기도 해.  


밍키 : 나도. 내가 여자여서 그런가 희한하게 아빠보다는 엄마에게 감정이입을 먼저 하고 엄마 입장에서 생각하게 돼. 


솔구 : 엄마를 너무 사랑하는데 동시에 너무 싫었어. 화낼 일이 아니었는데도 엄마가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하고 예민했는데 그걸 다 나한테 표현했거든. 그래서 나는 항상 차분한 사람이 되어야지 하고 생각했어.



밍키 : 엄마들은 다 딸한테 그러나 봐. 다른 사람한테는 이야기를 못하면서 딸한테 다 푼다? 그런데 내가 그걸 들어주면서 어떡하면 좋겠다고 얘기를 하잖아? 그래도 엄마는 안 변해. 오히려 듣기 싫어하는 것 같기도 하고. 결국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 얘기를 들어주기만 하는 거야. 


솔구 : 그렇게 엄마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너는 어땠어? 


밍키 : 나는 성향이 엄청 감정적이라서 그런가 엄마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 감정이 나한테 그대로 옮아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 특히 더. 그래서 엄마가 불평하는 주변 사람들이 미워질 때가 많아. 특히 아빠에 대해서... 우리 엄마는 나에게 좋은 이야기를 하는 적이 많지 않은 것 같아. 그래서 나는 엄마가 행복한지 모르겠어. 웃긴 게 내가 행복한 순간이 오면 괜히 찔린다? 엄마는 행복하지 않은데 나는 행복해도 되나? 괜히 행복해서는 안된다는 마음이 한구석에 있었어. 그런데 엄마의 인생은 엄마의 인생이고 내가 바꿀 수도 없는데 거기에 영향을 너무 받는 게 답답해서 상담 때 이 얘기를 한 적이 있거든. 그러니까 상담 선생님이 "밍키씨가 사랑하는 어머니가 설령 본인이 행복하지 않더라도 밍키씨도 똑같이 행복하지 않길 바랄까요?"라고 하시더라고. 그 이야기를 듣고 선이 좀 그어진 것 같아. 그럼에도 나는 엄마랑 떨어져 살면서 얘기를 엄청 많이 하니까 어쩔 수가 없어. 하루에 한 번씩은 습관처럼 전화한다니까? 나한테 제일 가깝고 당연한 사람이어서 엄마가 없다는 걸 나는 상상조차 못 해.



솔구 : 나는 엄마랑 일주일에 한 번 통화하는데. 서로 잘 안 하다가 어쩌다 한번 통화하면 꽤 길게 얘기하고. 


밍키 : 엄마랑 깊은 이야기까지 해? 


솔구 : 그렇게 된 지 얼마 안 됐어. 원래는 ‘딸~ 재밌는 얘기 좀 해 줘 봐.’ 하면 내 이야기를 잘 안 했거든. 그런데 최근에 엄마랑 대화가 된다는 느낌을 받았어. 예전에는 엄마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대화를 했다면 지금은 엄마가 좀 강해졌다는 느낌이 들어서 편하게 아무 이야기나 꺼낼 수 있는 것 같아. 이번에 결혼 준비하면서 예식장 날짜는 잡는데 엄마 아빠한테 아무 협의 없이 통보했거든? 그런데 처음에는 어떻게 상의도 없이 그렇게 하냐고 엄청 혼을 내다가 나중에 엄마가 다시 전화 와서 말하는 거야. ‘네가 왜 그런 일을 혼자서 결정하게 된 건지 궁금해. 왜 엄마 아빠랑 얘기할 마음이 들지 않았어?’하고. 예전에는 엄마 아빠랑 이야기가 잘 통한다는 생각이 안 들어서 혼자서 결정하고 통보하는 방식이었는데 그 일 이후로는 대화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내가 잘못하긴 했지. 결혼은 정말 큰 일인데 나 혼자 결정했으니까. 그래도 엄마가 다시 물어줘서 너무 고마웠어.



밍키 : 우리가 예전에 선유도에서 같이 살 때도 나는 엄마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너는 거의 안 받았잖아. 나는 네가 확신이 있고 아예 도움을 필요하지 않아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었네. 


솔구 : 나는 원래 의지를 잘 안 하는 편이야. 부모님한테도 그렇고 누구한테도 내 선택을 물어보고 한 적이 없어. 


밍키 : 나는 중요한 선택은 주변 사람들한테도 물어서 참고하는 편인데 정 반대네. 


솔구 : 왜냐하면 어렸을 때부터 ‘네가 선택해서 네가 책임지는 거야.’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어. 부모님이 이미 대학 졸업까지 지원을 해줬으니 그 이후부터는 절대 손 벌리면 안 되고 아무것도 기대하면 안 된다는 게 있었어. 사실 남한테 의지해본 건 지금 남편이 처음이야. 


밍키 : 나는 큰 일은 가족들한테 논의하거나 내가 결정을 했더라도 먼저 이야기 기라도 해. 정신적으로도 의지도 되고 설령 지금은 안 맞더라도 나중에는 서로 이해를 하게 되더라고. 대화하면서 가까워지는 느낌이 확실히 있어.


솔구 : 나는 좀 독립적이어서 그 정도 거리감은 괜찮았던 것 같아. 그런데 점점 내가 내리는 결정들이 사이즈가 커지면서 혼자서 하는 게 독일 때도 있더라. 중요한 만큼 내가 혼자 내린 결정보다 같이 내린 결정이 더 좋을 때도 있고, 같이 고민한 거니까 잘 안돼도 괜찮을 수도 있잖아. 그런데 그게 어려워. 나는 항상 내가 답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추신. 디저트 여행은 매주 수요일 어두워지는 언젠가 연재됩니다.


위치 : 서울 종로구 계동길 5 (안국)

한 줄 소개 : 벨기에에서 초콜릿을 배운 장인이 만드는 수 가지 맛의 정통 유럽식 초콜릿 가게.(+여름엔 젤라또까지)

밍키평 : 유럽 비행기 값 아끼게 하는 맛의 초콜릿 가게. 마카다미아 드라제 추천!

솔구평 : 마트에 파는 초콜릿을 더이상 초콜릿으로 안 보이게 하는 마법


OV5 1st Project '내 마음을 돌보는 디저트 여행'

사진 : 솔구

글 : 밍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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