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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Feb 04. 2021

아이들은 죽음을 어떻게 이해할까?

사노 요코 <100만 번 산 고양이>

  첫째는 질문이 많은 아이이다. 말문이 트인 다음부터 어떻게 자신이 태어났고, 어디에서 왔는지 줄곧 묻고는 했다. 나는 우리는 다 우주에 있는 하늘나라에서 왔다고 말해주었다. 아직 성교육을 할 나이도 아니고 우리가 우주의 물질로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니 적당한 답변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는 우주에는 아이들이 살고 있는 어린이 별나라가 있고 엄마 아빠가 부르면 엄마 배속을 통해 태어난다고 생각했다.


  첫째는 탄생과 더불어 죽음 또한 궁금해했다. 나는 죽는다는 것은 다시 하늘나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할머니가 먼저 가고 그다음에는 엄마, 그리고 너도 언젠가는 와서 다시 만난다고 말해주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다시 하늘나라로 간다는 것이 신나는 일인냥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첫째가 죽음에 대해 공감을 하기 시작했다. 그림책에서 누군가가 죽게 되는 장면이 나오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소파로 가서 엎드려버린다. 또 한 번은 광개토대왕 위인전을 읽다가 39세의 나이로 광개토대왕이 세상을 떠났다는 내용이 나와서 '지금 엄마랑 같은 나이네.'라고 말했더니 깜짝 놀라며 나를 쳐다보았다. 아마 엄마 나이에도 죽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 것 같았다.


  며칠 전 사노 요코의 '100만 번 산 고양이'라는 책을 같이 읽게 되었다. 나도 이 책의 내용을 알지 못했다. 이 책의 주인공은 100만 번을 죽고 다시 살아난 고양이다(전체 줄거리 적어놓으니 보시고 싶지 않으신 분은 다음 단락을 읽어주세요). 100만 번을 사는 동안 고양이는 자신의 주인을 좋아하지 않았고 행복하지 않았다. 한 번도 운 적이 없었다. 그러다 도둑고양이로 태어나 자유롭게 살던 어느 날 하얀 고양이와 사랑에 빠지고 아이들까지 낳고 기르며 긴 세월을 함께 보낸다. 나이가 든 하얀 고양이가 죽게 되자 100만 번 산 고양이는 처음으로 운다. 몇 날 며칠을 하얀 고양이 곁에서 울던 100만 번 산 고양이도 죽게 되고 다시는 태어나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100만 번 산 고양이가 하얀 고양이를 안고 울고있는 장면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도 마음이 뭉클했다. 그런 내 감정이 목소리에도 실렸다. 함께 읽던 첫째도 슬펐는지 눈이 뻘게졌다. 그러더니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중에 한 명이 하늘나라에 가면 우리 다 같이 가자!


 나는 순간 울컥하여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꾹 참고 '그래, 그러자.'라고 대답해 주었다. 첫째는 죽으면  헤어지는 거니까 다 같이 가면 된다고 나름 슬프지 않은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다. 정말 그것이 가능하면 좋겠다. 첫째의 말이 며칠째 계속 머릿 속에 맴돈다. 우리 아이가 죽음에 대해 이해하고 그것이 우리 삶에 가까이 있다고 인식하는 날이 천천히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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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출산 그리고 육아 3년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습니다.

http://naver.me/56IziN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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